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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명당 진짜일까? 과몰입하면 패가망신…복권의 함정 [헛다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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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 복권 사업 '나홀로 호황'
소비자들, 주로 '로또 명당'들 찾아가
전문가들 “과학적 근거 불분명 지적”
로또 당첨 굿까지…대법원 “사기죄”

“자동이요 수동이요? 현금은 뒤에 ATM 기계에서 뽑아오시면 됩니다.”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서울시 서초구 센트럴시티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1층의 한 복권 판매점에는 평일인 10일에도 로또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20명 가까이 줄을 서 있었다. 매점 주인은 한 주의 로또 판매 종료 시점인 토요일 오후 8시 전까지 구매 행렬은 거의 일주일 내내 이렇게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매점 벽면 곳곳에 붙어 있는 ‘1등 12번 당첨’이라는 화려한 색감의 문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불황의 영향으로 복권 판매액이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예상 판매액은 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종로구의 한 가판점.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불황의 영향으로 복권 판매액이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예상 판매액은 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종로구의 한 가판점.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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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복권 열풍이 한층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판매액은 6조750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7년 4조1538억원에서 2018년 4조3848억원, 2019년 4조7933억원 등 4조원대를 유지하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5조4000억원대로 13% 증가한 뒤 지난해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매년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내년 복권 예상 판매액은 7조6879억원으로, 올해 판매 예상액(7조2918억원)보다도 5.4%(3961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권은 통상 경기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경기 불황에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확실하고 결과가 분명한 것을 원하고, 그것을 찾으려는 욕구가 있다”면서 “코로나가 터진 이후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급변하면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지면서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경제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가 됐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를 복권 당첨 구매와 같은 막연한 희망을 주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과거에는 내가 열심히 일하면 직장에서 승진도 하고 돈도 잘 모아 집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실성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았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도저히 과거의 그런 안정적인 결과물들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의 시대로 변하다 보니 나의 노력만이 아닌 외부적인 돈이나 한탕주의에 기대는 심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복권의 주 소비층은 근로소득만으로는 주택 구매나 육아, 자녀 교육 등에 한계를 느끼는 30~50대 직장인들 뿐 아니라 은퇴 이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60~70대 이상 어르신까지 대부분 연령층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이제 월급과 같은 고정 수입만을 차분히 모아서는 집을 사거나 육아, 자녀 교육 등을 시키는 데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이전에 부모 세대가 누렸던 경제적 부유함 등을 약속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매 시 소비자들은 주로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장소들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다만 과학적인 근거가 불분명해 영업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확률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우연의 일치거나 과대광고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곽 교수는 “우리가 길을 가다가 ‘로또 명당’이라고 써 붙인 곳을 보면 솔깃해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면서 “이왕 로또를 살 거면 이왕이면 당첨될 확률이 좀 더 커 보이는 곳에서 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또 “우리가 어떤 가정에서 아들만 계속 태어났다면 다음번엔 딸이 태어날 거야라고 믿는 일종의 ‘룰’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막연한 심리가 있다”면서 “로또 명당을 찾는 사람들은 저기에서 복권을 사다 보면 언젠간 나도 당첨이 될 거야 라는 나름의 법칙을 기대할 만큼 우리 사회가 절박해진 건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복권 구매 중독이나 사기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복권은 물론 당첨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주기 때문에 특히 서민들에게는 일주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하는 일상의 활력소”라면서도 “로또 열풍이 장기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고용 안정이 불안하고 물가가 무서울 정도로 오르는 요즘 서민들이 로또에 더 많이 기대게 되는 것보다는 다시 근로소득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 사회가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로또 복권에 당첨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2011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23회에 걸쳐 현금 2억4000여만원과 금 40돈을 받은 무속인 A씨에게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로또에 당첨되게 해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으며 이전에도 유사한 전과 기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로또에 당첨되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일반적인 종교 행위를 넘어선 ‘기망’이라고 봤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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