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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다리 SOS]안전난간 인근 교량, 투신시도 2배↑…'풍선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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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자살예방시설 일괄 설치 필요
정신상담·사회분석 등 근본 대책 마련돼야

한강 다리에 자살예방대책으로 안전난간이 설치되고 있는 가운데 인근 미설치 교량에서 투신 시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곳의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한강 다리 전체에 일괄적으로 안전난간이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다리 SOS]안전난간 인근 교량, 투신시도 2배↑…'풍선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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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난간 '한강대교' 투신 줄고…미설치 원효대교 늘어

12일 김형재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한강교량 자살 시도 현황’에 따르면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사이에 위치한 원효대교에서의 투신 시도가 2021년 17건에서 2023년 42건으로 14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마포대교 인근 서강대교는 31건에서 68건으로 119% 증가했고, 한강대교 인근 동작대교는 39건에서 53건으로 35.8% 늘었다.

마포대교와 한강대교는 2021년 8월과 12월 각각 안전난간이 설치됐다. 일부 한강 다리에만 안전난간이 설치되면서 주변 교량에서 투신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전난간은 높이 2.5m로 사람이 올라서기 어렵게 만들었는데, 시야를 가로막지 않기 위해 윗부분은 철사로 이뤄져 있다. 철사가 10㎝ 이상 벌어지면 센서가 작동해 119구조대가 출동한다. 그 결과, 마포대교는 2년 새 자살 시도는 61.8% 증가했으나 평균 증가율보다는 낮았고, 한강대교는 오히려 2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전체 20개 교량의 자살 시도 증가율이 65.3%임을 고려하면 안전난간의 효과는 입증된 셈이다. 안전난간은 지난해 12월 잠실대교·양화대교에 설치가 완료됐고, 향후 서강대교와 광진교 등에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안전난간이 일괄적으로 설치되지 못하는 데에는 예산 문제가 있다. 서울살림살이(서울위키)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교량 안전난간 설치공사 예산은 152억8678만원이 책정됐다. 잠실대교는 53억8618원(2.5425㎞), 한남대교는 38억220만원(1.7975㎞), 서강대교는 60억9840만원(2.84㎞)으로 책정돼 있다. 다리 길이와 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교량에 안전난간을 설치하려면 50억원 안팎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에 ‘서울소방 119’ 테이프가 붙어있다. [사진=임춘한 기자]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에 ‘서울소방 119’ 테이프가 붙어있다. [사진=임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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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난간 전체 설치 필요…보완 대책도 시급

한강 다리 자살 시도는 지난해 1035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량별로는 마포대교 293건, 양화대교 111건, 서강대교 68건, 한강대교 62건, 천호대교 55건, 동작대교 53건, 한남대교 48건, 영동대교 45건, 반포대교 43건, 원효대교 42건, 동호대교 40건, 잠실대교 37건, 가양대교 36건, 광진교 31건, 성수대교 23건, 기타 15건, 성산대교 13건, 올림픽대교 9건, 청담대교 7건, 행주대교 3건, 암사대교 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CCTV 미설치 교량의 투신 시도 증가율이 높았다. 현재 CCTV는 20곳 교량 중 14곳에 있는데 80~110m 간격으로 존재한다. 2012년 마포대교·서강대교부터 2022년 양화대교·원효대교·동호대교, 지난해 가양대교까지 설치가 순차적으로 완료됐다. 지난해 기준 CCTV가 있는 13개 교량의 자살 시도 증가율은 전년 대비 1.7%에 그쳤지만, 미설치 7개 교량은 23.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안전난간 설치와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진 수원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는 “교량에서는 자살예방시설 설치가 가장 효과적이다. 안전 난간이 한강 다리 전체에 설치되면 투신은 감소할 것”이라며 “현장 대응 방어시스템은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CCTV·경보등 등이 자살 시도를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하지만, 경찰 및 소방과 함께 적극적인 위기 대응과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자살 예방 문구 역시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등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말했다.


제진주 전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강 다리 전부에 안전난간을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겠지만 그 자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뿐이다. 결국 어디에서든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자살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정신 상담과 사회적 요인 분석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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