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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유권자가 항상 경제적 동기만으로 투표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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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지수만으로 선거 예측 무리
사회의 다양한 측면 종합 반영
정치인 선의 믿지 말고 의심을

[논단]유권자가 항상 경제적 동기만으로 투표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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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경제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경제 상황은 당연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선거도 경제에 영향을 준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선거가 있는 해는 대개 시중 통화량이 늘고 물가는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주식시장은 좋지 않았다. 대선이나 총선이 있었던 해에 주가지수가 상승했던 해는 많지 않다. 아무래도 선거가 있다고 하면 투자 위축이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상황으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느끼는 체감경기다. 유권자가 경기가 좋다고 생각하려면 물가안정 속에 실질 소득이 증가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는 물론 소득이 늘지 않고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변수로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우선 꼽힌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이 고안한 고통지수(Misery Index)는 실업률과 소비자 물가지수로 측정한 인플레이션율을 합한 수치다. 여기에 최근에는 경제성장률을 빼기도 하고 대출금리를 추가하기도 한다. 당연히 성장률이 높으면 집권당에 대한 평가는 좋아질 것이고 반대로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높으면 평가는 나빠질 것이다.

하지만 고통지수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건 무리다. 고통지수가 크면 확실히 집권당이나 정부에 대한 평가는 나빠지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정확하게 지목해 말하기는 어렵다. 고통지수 자체도 충분히 합리적인 지표는 못 된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 사람에게 주는 충격은 균등하지 않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 살기 어려워지지만, 아예 직장을 잃는 건 차원이 다른 재난이다.

유권자가 언제나 오로지 경제적인 동기만으로 투표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있다. 시장의 소비자들이 반드시 그렇지는 않듯이 유권자들도 항상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지는 않는다. 때때로 인간은 저마다의 이유로 손해나 불이익을 감수하기도 하는 존재다. 선거 결과는 어느 나라나 그 사회의 다양한 측면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미국에서도 경제학자 레이 페어가 1916년 이후의 미국 대선 결과를 설명하면서 설정한 6가지 핵심 변수에는 성장률과 실업률 같은 경제지표들과 함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인구특성, 선거운동 전략, 국제상황 같은 정치, 사회적 변수들이 포함된다. 사실 경제학은 정치인 또는 지도자의 역할에 특별히 기대하지는 않는 편이다. 시장참여자 누구도 공공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적 현상 연구에 경제학적 분석방법론을 적용한 공공선택이론은 정치도 결국은 이해당사자 간의 이익과 편익을 계산한 결과라고 간주한다. 그렇게 보면 정치인의 말을 듣고 어떤 형태로든 유권자가 희망을 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이익과 다른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정치인들에게 이른바 공공선의 실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선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말이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정치적 의사결정이 국민의 의지보다는 경쟁을 통해 국민의 표를 얻어 의사결정 권한을 획득한 개인들에 의해 이뤄진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되면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바를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투표하는 목적과 그들에 의해 선출된 정치가들의 목적은 다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하나의 절차나 방법에 그치지 않으려면 깨어있는 유권자가 필수적이다. 민주주의는 사실 권력을 가진 인간의 선의를 믿지 않는 제도다. 다른 방법이 없다. 믿지 말고 의심하면서 계속 확인해야 한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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