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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전쟁같은 정치는 계속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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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전쟁같은 정치는 계속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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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그런데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총선 이후 우리 정치에 대한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21대 국회 내내 지켜봐야 했던 전쟁 같은 정치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특징으로 야권의 강성화를 꼽을 수 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 소리를 들어온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결과는 향후 당의 노선을 한층 강경으로 치닫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중도적인 정치를 추구한 비명계는 사실상 축출되었다. 반면 당을 강경 노선으로 이끌던 친명계가 그 자리를 차지하며 당을 확고하게 장악했다. 21대 국회 시기의 민주당도 ‘역대급 강성’이라는 말을 들으며 강경 노선으로 일관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잃은 데는 국회에서의 입법 독주에 대한 역풍이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도 다시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강경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틈을 파고든 것이 조국혁신당이다.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를 내는 조국혁신당은 여론조사에서 예상을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과 경쟁을 벌일 정도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른바 ‘반윤 비명’(반윤석열 비이재명)층의 지지를 얻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이 내걸고 있는 기치는 민주당보다 한층 강경하다. 윤석열 정부를 조기에 퇴진시키겠다는 것이 조국혁신당의 입장이다. 조국 대표는 “남은 임기 3년은 너무 길다”면서 “민주당보다 더 빨리, 민주당보다 더 앞서 나가서 싸울 생각”임을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다분히 개인적 원한 감정에 갇힌 또 하나의 극단주의이다.

조국혁신당의 강경한 노선은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으로 이어진다.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투표에서 자신들의 표를 잠식해갈 것을 우려하게 된 민주당도 뒤지지 않으려고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낸다. 이재명 대표는 유세에서 “(대통령이) 없으면 차라리 낫다”고 말한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후보들의 구성을 봐도 그렇고, 이렇게 야권 전체가 강성화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가 민심을 잃는 국정운영을 해왔으니 야권이 비타협적인 강경 노선으로 치닫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만큼 민심을 얻지 못한 결과일 테니 자업자득의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4년 내내 계속되었던 ‘정치가 전쟁이 되는’ 상황이 더 격하게 재연될 것에 대한 우려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세력의 잘못을 두둔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 집권 이후 윤 대통령은 민심과 소통하지 않는 국정운영을 했고, 국민의힘은 ‘용산출장소’ 소리를 듣다가 민심을 잃었다. 총선을 앞두게 되자 허둥지둥 ‘한동훈 비대위’를 만들어 변신을 시도한 것이 국민의힘이다. 집권 세력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유권자들의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존과 타협의 미덕을 알던 야당 정치인들이 대부분 거세된 상황은 총선 이후 ‘투쟁’만 있고 ‘정치’는 없는 야권의 모습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상대를 박멸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는 어떤 상황에서든 필요한데, 그럴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여권의 강성 유튜버들과 팬덤들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좌파’들에게 휘둘려 ‘이종섭 귀국’ ‘황상무 사퇴’를 하게 만들었다고 맹비난이다. 자칫 22대 국회 역시 극단적인 대결의 정치로 치달을 환경이다. ‘좌-우 극단주의와의 결별’을 통한 정치의 복원이 22대 총선이 구현해야 할 시대정신 가운데 하나라고 믿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앞길이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선거 때면 여야가 벌이던 ‘중도화 경쟁’도 이번 총선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많던 중도층은 어디로 가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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