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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미국도 주목하는 아세안 다시보기

최종수정 2022.11.24 13:23 기사입력 2022.11.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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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내년이면 출범 56주년이 되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최근 프놈펜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아세안·미 정상회의에서 양측은 상호 관계를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CSP)’로 끌어올렸다. 작년 10월 아세안과 중국의 관계가 CSP로 격상된 것을 감안하면 아세안은 1년 사이에 ‘G2’를 품은 셈이다. 세계 최강 미국도 아세안 없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 측면에서 보면 아세안의 인기는 앞으로도 고공행진 할 수밖에 없다.


아세안은 어떻게 해서 G2의 ‘러브콜’을 받는 존재가 됐을까. 다양성과 통일성에 그 답이 있다. 통일성은 1967년 설립된 동남아 10개국으로 이루어진 아세안 지역기구로 대표된다. 개별 국가들이 국익 일부를 아세안에 양보해 동남아 전체 이익을 하나의 목소리와 입장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했다. 10개국 모두를 합한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속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아세안의 특징은 흔히 ‘다양성 속 통일성(Unity in Diversity)’으로 표현된다. 인종, 언어, 종교, 인구, 국토 규모, 소득 수준 등 비슷한 것이라곤 거의 없지만, 뭉쳐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낸다. 다양성과 통일성은 상충하는 개념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묘하게 작동한다.


동남아의 이런 상반된 특성을 잘 이해하면 동남아 개별국가와 아세안의 외교가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외교가 일관적이지 않고 모호하기까지 해 아세안 외교를 평가 절하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아세안은 남중국해 이슈,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헤징, 균형, 편승 전략을 적절히 섞어 구사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각국의 안보·경제 이슈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계산 때문에 최소 공배수적 협력하에 입장을 정한다. 외부인들은 이를 아세안의 취약성으로 거론하지만, 그들은 지난 반세기 이상 베트남, 중국의 부상에 집단적으로 대응해 왔다. 베트남을 내부화해 베트남 위협을 잠재웠고, 중국에 대해서는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에 아세안 준회원에 해당하는 대화 상대국 자격을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고 있는 아세안을 보면 우리의 대아세안 외교도 이제는 진화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10개국 특성에 따른 맞춤형 양자 외교와 아세안을 하나로 보는 통일성 차원에서 대아세안 정책도 중요하지만, 소지역 협력과 인·태 협력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대륙 국가인 메콩 국가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 해양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소지역 협력 외교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 최근 프놈펜 한·아세안 정상회의 시 우리 측이 제시한 한국판 인·태 전략도 새로운 플랫폼이다. 이렇게 되면 인·태의 ‘산’, 아세안의 ‘숲’, 소지역의 ‘군락’, 동남아 개별 국가의 ‘나무’를 동심원적, 다층적으로 보는 외교가 가능하다.


한국은 아세안과 30년 이상 준회원자격으로 대화상대국 관계를 맺고 있다. 한 세대에 해당하는 시간을 아세안과 함께 한 한국에도 이제 이전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한 시간이 왔다.


서정인 주멕시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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