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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K씨의 '번아웃 일지' 만든 주범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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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K씨의 '번아웃 일지' 만든 주범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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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상: K는 파주에서 대학로까지 2시간에 걸쳐 출근한다. H는 은평에서 선정릉까지 1시간 40분, S는 동탄에서 강남까지 1시간 40분 걸린다. G는 마곡에서 매일 지옥철을 경험한다. 친구 P는 춘천 한림대로 2 시간, C는 평택대로 2시간 걸려 출강한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염기정은 경기도 교외에서 서울까지 하루 출퇴근에 3~4시간을 보낸다. 서울 외곽은 새벽 6시부터 ‘얼리 버드’ 차들이 몰린다. 나는 남태령 고개 1.5㎞를 넘는 데만 30분을 소비한다.


몇 년 전까지 세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개였다. 그러다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디지털 세상이 분화해 세 가지 세상이 더 열렸다. 증강현실, 거울세계, 가상현실이 그것이다. 이 세 개는 메타버스라고 부른다. 웹RTC, 디지털 트윈, 5G 등의 기술 덕이다.

거울세계는 줌, 구루미 등이 펼치는 화상 세계이고, 가상현실의 대장주는 로블록스와 제페토다. 로블록스·제페토는 알파 세대, 거울세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현실 세상에서 MZ세대 중 80%는 인생의 20%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며 번아웃에 시달린다. 한국 직장인의 80% 이상이 앓고 있다는 번아웃! 원인은 대면 업무 스트레스와 긴 출퇴근으로 추정된다.


이 현실을 서울 핵심 타운에 사는 50대 경영자, 관용차를 타는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은 잘 모른다. 그들의 출퇴근은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도권에 250만 호를 더 짓고 고속철 연장 따위의 발상을 한다. 광복 후 70년간 도로를 확충하고 지하철을 늘렸는데도 출퇴근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났다. 인구가 집중되고 주거지역이 방사형으로 더 커졌고 정책자들이 발상 전환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명의 재설계: 계속 이렇게 시간과 삶을 태우며 살 것인가? 도로 확충과 지하철 연장, 유연근무제가 여전히 답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관행과 고정관념이 ‘K(Korean)의 번아웃 일지’를 만드는 주범 아닌가. 온라인 부동산 회사 직방은 100% 재택근무와 가상 건물로 출근한다. 만족도도 높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달 4일부터 100% 재택근무 또는 주 3일 회사 출근으로 바꿨다. 네이버는 직원 중 55%(2200명)가 이제 집에서 근무한다. 페이스북은 메타로 이름을 바꾸고 가상현실 근무를 하는 ‘호라이즌 오피스’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산업화 이후 9 to 6(사실은 7 to 9)의 출퇴근 문화를 바꾸려는 혁신적 시도들이다. 그러면 드디어 문명이 바뀐다. 재택근무-늘어나는 내 시간-가족과의 시간과 삶의 질 향상-지역 문화의 향수 기회 증가-번아웃과 사회적 병증 감소-도심 땅값의 하락 등의 연쇄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가히 문명의 재설계라 할 만하고 우리는 현재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생각이 안 변하고 더 나은 세상(Better World)으로 향하는 실천을 안 할 뿐이다.


다시 코로나19 이전의 번아웃 세상으로 돌아가려는 참새들이 안타깝다. 네 개의 세상, 한국부터 열어야 한다.


황인선 마케터 겸 'Ready, 네 개의 세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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