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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거대 산업벨트로 변신한 수도권 남부의 미래

최종수정 2021.11.05 10:57 기사입력 2021.11.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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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평택·안성·이천 등 넓은 평야지역 형성
기아·삼성·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 사업장 있어
일자리·교통망 갖춰지며 인구 늘고 대규모 생활권 형성
인접 지역들 연계 활성화 등 체계적 계획·관리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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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를 이용해 세종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어서고 있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 수서역으로 향하는 SRT를 번갈아 타면서 제일 눈에 띄는 곳은 평택 지제역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남부의 변화다. 거대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고속철도가 갈라지는 교통의 요지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평야와 완만한 구릉으로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갯벌이나 습지로 존재하던 지역이었기에 각광받지 못했던 지역들이 1960년대 이후 진행된 간척사업을 통해 농경지로 전환되었으며, 이후 다시 각종 제조업과 주거지역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고속철도가 아닌 차량으로 이 지역의 여기저기를 다녀보면 작년의 풍경과 올해의 풍경, 그리고 지난달의 모습과 이번달의 모습이 다르다. 변화의 에너지는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느낄수 없을 만큼 매우 크게 다가온다. 사람과 돈이 몰려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도를 펼쳐놓고 살펴보면 수도권 남부에는 화성시 남부에서부터 시작해 평택, 안성을 거쳐 이천, 여주로 이어지는 대규모 평야지역이 존재한다. 이 지역은 단순히 면적만 넓은 것이 아니라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 사업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용인에도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예정된 곳이다. 농업지역으로 간주되던 수도권 남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업벨트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교통망의 경우 평택-제천간 고속도로를 비롯해 다수의 도로망이 지속적으로 건설되고 있으며, 철도의 경우도 기존 철도의 전철화, 고속화 및 서해선을 비롯한 신규 철도망이 건설되면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게 되었다. 변화의 에너지가 모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자리와 교통망이 갖춰진 곳이다 보니 주거 수요도 증가하여 고덕신도시 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유입에 따라 화성시는 2025년을 전후해 인구 100만 도시로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 올해 들어 매월 2150명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평택시 역시 2030년까지 100만 도시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100만을 넘어선 용인시까지 합한다면 인구 40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생활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장밋빛 전망이 제시될 수 있는 곳은 이 지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수도권 남부는 눈여겨봐야할 곳이다.


돌이켜보면 1970년대 초반 이후 지속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 억제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키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수도권 남부지역은 제4차 수도권정비계획의 공간구조에서 ‘스마트반도체 벨트’로 설정되어 있음을 감안해 보면 향후 이 지역의 성장과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과 연계성은 있지만 지역간 수평적 연결을 토대로 발전하는 성장의 패턴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개발과 발전에 익숙한 입장에서 서울과 비교적 거리가 먼 지역이 상호 연결되는 개발방향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러한 흐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판교, 광교, 동탄 등을 중심으로 한 생활권은 서울과의 연계성 보다는 독자적인 생활권으로서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아가고 있으며, 지역간 상호연계 역시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 종속되지 않는 수도권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발전구도는 서울을 정점에 놓는 일극형 발전체제를 전제로 한 수도권 관리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 세력권을 벗어난 수도권 내부의 독자적인 성장동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 서울이 아닌 지역간의 연계와 발전은 육성의 대상안지 아니면 이 또한 억제와 제한의 대상으로 바라볼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현재까지 수도권 남부의 변화는 개별 기초지자체의 관할하에 있다. 서울 인근과 달리 수도권 남부의 지자체들은 상호 충분한 이격거리가 존재하였기 때문에 상호 간섭이나 영향을 고려할 필요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개발이 진행되면서 상호 연계와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 지역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계획이나 체계가 필요하지만 이에 관한 방안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광역지자체인 경기도는 ‘도종합계획’ ‘경기비전 2040’을 통해 기본적인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관리 및 조정기능을 발휘하기보다는 추상적인 개발방향과 공간구상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남부의 변화는 수도권 억제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반갑지 않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전체적인 성장동력이 감소할 것임을 감안해 보면 향후 대한민국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갈 마지막 지역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과 효과적인 관리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하고 난 다음에 사후적으로 과도한 규제를 도입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과거의 실패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된다.


과거 야심차게 출범했던 ‘황해경제자유구역’이 경기도만 남은 ‘경기경제자유구역’으로 축소된 사례를 교훈삼아 인접지역과의 연계를 활성화하고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경제권과 생활권의 육성과 관리를 위한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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