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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외국인과 한국인의 세금 차별과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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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시장(KBO)에서 뛰던 기량이 우수한 외국인(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 선수가 세금 문제로 한국을 떠났다.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가 대표적이다(그는 최근 소속 팀을 바꿔 다시 돌아오긴 했다). 프로 야구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받는 대가는 근로소득이 아니라 사업소득이다. 선수는 구단에서 독립적인 사업체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별하는 규정이 변경되면서, 외국인 프로 야구 선수 중 183일 이상(종전 1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 거주자로 간주해 국내소득과 국외소득 모두를 합해서 사업소득으로 보고 최고 42%의 세율을 적용한다(유명 외국인 선수들은 해외에서 광고나 투자 소득이 제법 있다). 외국에서 번 소득까지 한국에서 높은 세율을 적용받으니 한국시장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인 프로 선수와 외국인 프로 선수 간의 차별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타당하고 합리적인 조치다.

그런데 프로 야구 선수와는 달리 한국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변호사나 회계사 등 상당수는 동료 한국인보다 세금을 적게 낸다. 세법은 이들의 연봉을 근로소득으로 보고 최고 세율 42% 대신 19%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서다(조세특례제한법 제18조의2). 이 경우 일반 근로자들이 적용받는 비과세나 소득공제 등의 감면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큰 혜택이 주어진다.


국세통계연보(2018)에 따르면 5억원 이상 급여자들의 총급여액에서 각종 공제 금액을 빼고 과세표준을 형성하는 금액의 비율은 92.7% 정도다. 따라서 한국인 변호사가 연봉 5억원을 받을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한 누진 공제액을 제외하고 계산할 때 세금은 1억9500만원(5억원×과세표준형성비율 92.7%×세율 42%) 정도다. 반면 같은 금액을 받는 외국인 변호사의 세금은 9500만원 정도다(5억원×세율 19%). 한국인 변호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세금을 내는 것이다.


외국인 변호사 등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외국인 프로 야구 선수는 일반 대중에게 즐거움이라도 준다. 반면 외국인 변호사 등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익 추구와는 그리 상관이 없는 업무에 종사한다. 결과적으로 돈벌이에 몰두하는 업자에게 돈벌이를 더 시켜줄 따름이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한국인과 외국인이 한국 변호사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한다고 하자. 그런데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국인보다 세금을 두 배로 내야 한다면 누가 합리적인 세제라고 하겠는가. 더군다나 이들 직종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도 많다.


사회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세금 제도는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천해왔다. 우리나라 헌법도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제2항). 외국인이라고 해서 한국인보다 억울하게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19%의 세율을 적용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규정은 동등한 대우를 넘어 과공(過恭)이라 할 정도로 우대하는 것이고, 이유 없이 한국인을 역차별해 세금을 더 부담시키는 것과 같다. 더구나 세수 부족 우려로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현실에서 말이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 과세는 사회 문화가 미성숙해 발생하는 것이지만, 한국인에 대한 역차별 과세는 무지와 몰이해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사는 오늘은 강대국에 머리를 조아려야 살 수 있던 사대주의 시대도 아니다. 이 제도는 존속할 이유가 없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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