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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보고 제비 뽑고… 섣부른 정책이 만든 '戰세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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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마용성 등 주요 지역
매물 씨 말랐지만 수요 계속 몰려

줄서서 집 보기도… 부르는 게 값
'세입자 면접'도 현실화

수도권 외곽은 깡통전세 우려

면접 보고 제비 뽑고… 섣부른 정책이 만든 '戰세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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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최동현 기자, 이춘희 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 후보 6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 7월 말 계약갱신요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세입자 면접'이 현실이 된 것이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4년 전세'를 고려해야 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면접을 통한 임차인 선발도 실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요 지역은 물론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전역으로 전세난이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임대차2법 시행 후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이 급증하면서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법 시행 당시 "두 달 정도 지나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과는 정반대다. 집주인들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극심한 매물 부족 탓에 세입자의 선택권이 사라지면서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전세 대란을 넘어 '전세 파동' 수준이라는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전세, 씨가 말랐다
면접 보고 제비 뽑고… 섣부른 정책이 만든 '戰세대란' 원본보기 아이콘

14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내년 신학기 배정을 위한 이사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서울 강남권 전세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매물은 없는데 대기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치동 B공인 대표는 "인터넷에 남아있는 전·월세 매물은 대부분 대출이 많거나 해서 급한 사람도 들어오기 꺼리는 경우일 뿐 사실상 물건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1608가구 규모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에서 전세 매물은 단 3건이다. 월세조차 6건에 불과하다. 3개월 전인 7월14일만 해도 전세 195건, 월세 227건과 대비된다. 4424가구에 달하는 은마아파트 역시 신학기 학교 배정을 위한 학부모들의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학군 수요가 많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대도 마찬가지다. 목동 C공인 대표는 "집주인이 기존 가격 대비 1억~2억원 높게 불러도 금방 계약이 체결된다"며 "중개를 하는 입장에서도 세입자에게 미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도심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3835가구 규모 대단지에 전세 매물이 5건 남짓인 것으로 파악됐다. 6월 6억원대였던 59㎡(전용면적) 전세 시세는 현재 저층조차 7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전세난민에 외곽지역까지 불안
1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주공아파트에서 전세 매물을 보기 위해 예비 세입자 10여명이 줄을 서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주공아파트에서 전세 매물을 보기 위해 예비 세입자 10여명이 줄을 서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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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발 전세난은 외곽과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1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A주공 아파트 복도에는 전셋집을 둘러보려는 희망자 10여명이 줄을 선 끝에 제비뽑기로 세입자가 정해졌다. 연초 전셋값이 2억3000만원이었던 노원구 상계동 주공6단지 58㎡는 지난달 3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올들어 가격이 35%나 급등한 셈이다.


전세대란은 과천·분당·용인·광명 등 서울 인접지역으로까지 번졌다.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동문굿모닝힐5차' 85㎡는 연초만 해도 4억원대 초반이던 전세가가 지난달 6억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광명 하안동의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5㎡는 7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 아파트 전세가는 7월까지만 해도 5억1660만원이었다.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전셋값이 매맷값을 추월하면서 깡통전세 우려까지 제기된다. 경기 시흥시 월곶동 '풍림아이원1차' 32m²는 최근 87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초 매매 실거래가 8500만원보다 200만원 높은 가격이다. 파주 운정신도시 해솔마을2단지 월드메르디앙 84㎡ 역시 전셋값이 2억2000만원으로 매매가 2억1500만원을 웃돌았다.


문제는 전세 대란을 해결할 묘책이 없다는 점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기 처방으로 예상되는 것은 전세보증금 대출 확대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유인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도 "3기 신도시 등의 영향으로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라며 "전세 수급난이 내년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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