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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흑리단길, 공리단길, 만리재길…유명하지 않아도 MZ세대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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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숨은 골목찾기' 트렌드
가게만의 인테리어·콘텐츠 매력
외식업 매출 41%가 2030세대
중구 만리재길·노원구 공리단길
생소한 골목상권도 점점 입소문

1일 오후 6시께 방문한 서울 동작구 흑리단길. 낮가지만 해도 한적했던 골목은 저녁시간이 되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사진=황서율 기자

1일 오후 6시께 방문한 서울 동작구 흑리단길. 낮가지만 해도 한적했던 골목은 저녁시간이 되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사진=황서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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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지난 1일 오후 6시 방문한 서울 동작구 흑석역 앞 ‘흑리단길’. 한가했던 낮 시간과 다르게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일대 점포 안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노포뿐만 아니라 사이사이 소위 ‘힙’한 술집에도 젊은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다른 골목에선 한 남성이 우연히 들어온 모양인지 "여기도 맛집이네. 나중에 여기 와서 먹자"고 일행에게 말하기도 했다. 초여름 날씨에 창문을 열고 운영하는 맥주집은 벌써부터 시끌벅적한 모습이었다.


흑리단길은 가로수길, 홍대처럼 유명한 상권은 아니어도 젊은 층이 몰리면서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흑리단길의 지난해 4분기 점포당 평균 월 매출은 1170만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61만원, 전분기 대비 128만원 상승해 코로나19 상황이었음에도 매출액이 개선됐다. 인근 부동산에 흑리단길 임대 점포 공실을 묻자 "하나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는 "거리두기 완화가 아니었더라도 매출이 꾸준한 편이라 상인들이 잘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흑리단길은 애초 중앙대학교, 중앙대학교병원을 끼고 자리 잡은 흑석동 골목상권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면서 외부에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소비가 상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향소비는 자신의 취향이나 개성을 드러낸 소비 방식을 말한다. 흑리단길 상권 외식업 매출 1위는 20대(22.9%)였으며 30대까지 확장하면 41.6%에 달한다.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김모씨는 "동네상권임에도 인터넷에서 가게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며 "가게를 방문하고 나서야 흑석동에 이런 거리가 있냐고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상권 일대에는 권리금도 형성되는 추세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상권의 지명도, 단골손님 등 부동산이 위치한 장소적 이익 혹은 권리 이용을 차후 들어올 임차인에게 양도하는 대가로 받는 금전을 말한다. 자영업자 김모씨는 "5년 전과 비교해서 상권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권리금도 형성됐다"고 했다. 일대 B공인 대표 역시 "공실은 없지만 권리금을 부담하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만리재길. 조용한 분위기와 개성있는 점포가 있어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사진=곽민재 기자

서울 중구 만리재길. 조용한 분위기와 개성있는 점포가 있어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사진=곽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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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소비가 상권 매출에 영향을 주는 곳은 흑리단길뿐이 아니다. 중구 서울역 뒤편 ‘만리재길’, 노원구 ‘공리단길’ 등 조금은 생소한 골목상권에도 MZ세대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공통점은 프랜차이즈 상점이 아닌 점포가 많다는 것. 이 때문에 인테리어, 플레이팅 등에서 개성이 넘칠 뿐만 아니라 소규모 혹은 예약제로 운영돼 희소가치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공리단길을 방문한 이도은씨(25)는 "공리단길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가고싶은 카페를 먼저 검색한 거지 상권을 신경 쓰진 않았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의 발달도 골목상권의 매출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등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로변에 점포가 자리잡지 않더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되면서 ‘숨은 골목 찾기’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들은 누구나 갈 수 있는 대형 상권이 아니라 숨은 장소를 선호한다"며 "가게만의 콘텐츠나 스토리 등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는 유인이 자영업자에게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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