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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살자]②부모 연봉부터 아파트, 해외여행까지…끝없는 비교에 '우울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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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퍼지는 차별·혐오 표현
어른들 물질주의 그대로 전이
친구 관계 스트레스로 이어져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와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사준 적이 있는데 서로 부모님 연봉을 물어봐서 깜짝 놀랐어요. 심지어 우리 가족 모두 아이폰으로 바꿨더니 학교에서 금수저라고 한다네요.”(서울의 한 학부모)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부모님 연봉, 해외여행, 거주지, 외제 차 등 물질적 비교가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10대의 또래 관계 스트레스는 자기 비난을 증가하고, 심각한 경우 우울증 및 자해·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교실에서의 차별 문화가 사라지려면 부모의 올바른 가르침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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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우울증 약 7만명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10대 환자 수는 2018년 4만3586명에서 2019년 4만9154명, 2020년 4만9732명, 2021년 5만7705명, 2022년 6만9949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성별·5세 구간별로 살펴보면 남성 10~14세는 5290명, 15~19세는 2만284명이었고 여성 10~14세는 9235명, 15~19세는 3만5140명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낙인효과를 우려를 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를 고려하면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은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10대의 자해·자살 시도 또한 수년간 급증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기준 2018년 95.0건에서 2022년 160.5건으로 5년간 68.9% 늘었다. 이는 전체 자해·자살 시도자 증가율 11.8%보다 약 6배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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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들이 우울한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부모의 재력마저 아이들의 자랑거리가 됐다. 과거와 달리 개근은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개근거지'는 교외 체험 학습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를 의미한다. 한때 논란이 됐던 '주거'(주공아파트 거지),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LH 거지), '빌거'(빌라 거지), '반거'(반지하 거지) 등도 교실 속 혐오 표현의 일종이다.


대구의 한 학부모는 “우리 때는 개근상 받는 것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시대가 달라진 것 같다”며 “개근거지라는 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 경산의 한 학부모는 “엄마가 데리러 오면 애들이 일부러 '우리 내일 캠핑 가서 학교 안 오지'라고 자랑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기가 죽을까 봐 무리해서라도 외제 차로 바꾸는 학부모들까지 있는 실정이라고 학부모들은 전한다.

대인관계·부적응 등 주요 원인

최근 다수의 연구는 학교에서의 대인관계, 부적응 등 사회적 요인들이 10대의 자살 위험도를 높인다고 지적한다.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 소속감이 중요한 시기이고 상대의 평가, 이질적 느낌, 소외 등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10대들의 경우 자기 판단과 결정 능력을 지닌 성인과 달리 심리적 변화가 다양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마땅히 감정을 털어놓을 곳이 없고,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경우 우울증을 겪고 자해·자살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청소년의 또래 관계 스트레스와 비자살적 자해의 관계’(박영순 신라대 교육대학원 조교수, 2023년) 연구는 A시 소재 6개 중·고등학교 재학생 중 자해 경험이 있는 13세~18세 청소년 28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뒤 기초통계분석 및 매개효과 모형을 분석을 실시했다. 자해는 자신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로, 자살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로 여겨진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자기 비난은 자해와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고, 또래 관계 스트레스는 자기 비난을 매개로 자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부정 정서에 대처 조절 능력이 약한데다 자신을 혐오하고 처벌하려는 잘못된 인지과정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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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청소년의 자살 생각·계획·시도와 사회·인구학적 요인들 사이에서의 우울·불안, 친구 관계의 조절 효과’(손병덕 총신대 교수, 2023년) 논문은 B시의 학교 부적응·학업 중단 등을 경험한 초·중·고등학생 3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우울·불안 및 친구 관계 요인이 청소년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중회귀 분석을 진행했다.


1단계 동거가족 변수의 설명력은 13.1%로 나타났다. 2단계 우울·불안 추가 시 31.8%로 늘었고, 3단계 친구 관계 요인 투입 시 33.9%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학교·가족·사회 전반에서 청소년의 또래 관계를 개선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신 발달을 도모하고 자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시기라 별것 아닌 것을 감추고 싶거나 드러내고 싶어 한다. 특히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민감해지고, 친구 관계에서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연봉, 아파트 평수 등 어른들이 무심코 하는 얘기를 다 듣는다. 우리 사회의 지나친 물질주의, 서열주의 등 어른들의 문화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사적 질문을 절대 안 물어보고, 그런 경우 무례하고 미성숙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부모님들이 노력해야 하고, 전반적인 사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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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42409282361691A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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