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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정수인은 왜 길고양이에게 참치를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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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기생수 더그레이' 전소니 인터뷰
기생생물과 상호작용하며 사회성 회복
"상대 이해하고 다름 인정해 공존 가능"
더불어 사는 가치 깨닫고 편의점서 일하는 이유

기생생물은 보이지 않는 탑승객이다. 우리 몸에 몰래 숨어들어 발진, 병소, 통증 등을 일으킨다. 직간접적으로 생각, 느낌, 행동도 조작한다. 모든 결과가 암울한 건 아니다. 몸에 침입한 기생생물은 면역계뿐 아니라 이미 터를 잡은 만만치 않은 미생물들과도 싸워야 한다. 기생생물이 일종의 보호 작용을 하는 셈이다. 숙주도 기생생물에 대항하기 위해 강력한 심리적 방어기제를 발달시킨다. 이러한 정신적 보호막을 '행동형 면역계'라고 한다.


[라임라이트]정수인은 왜 길고양이에게 참치를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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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더그레이'는 온갖 불행에 시달린 정수인(전소니)이 행동형 면역계를 키우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기생생물이 몸에 침입하기 전까지 정수인은 외톨이나 다름없었다. 폭력을 일삼은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회적 고립과 주변화를 동시에 경험한다. 기생생물이 들어와 내부에 자리를 튼 뒤는 다르다.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역설적 전개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자신의 의지로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기생생물은 도덕적 가치와 문화 규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배우 전소니는 시리즈 끝에서 자유의지를 구하는 얼굴로 답을 대신한다. 기생생물 하이디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좋든 싫든 너는 혼자가 아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수인은 가정과 사회에서 상처를 입고도 인간관계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하이디와 함께하기 전까진 그런 모습을 드러낼 여지가 없다시피 하다.

"내재한 의욕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하루하루를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도 괜찮겠다 싶었다. 인간관계가 끈끈해지려면 누군가와 맞닿아야 한다. 정수인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이디로 내 편이 생겼다는 든든함을 처음 느꼈다고 해도 무방할 거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공존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의욕과 의지가 조금씩 빠져나왔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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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의 인도 아래 부정적 시각이 생긴 근원을 돌아보는 장면이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전 장면까지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얼굴을 보여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막상 연기하려니까 속상하더라. 자신을 괴물로까지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인지 하이디가 과거를 펼치며 들려주는 대사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혼자일 수 없어'가 더없이 큰 위로로 느껴졌다."

-정수인이 보여주는 고뇌와 갈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실재적 감정이다.

"연상호 감독이 처음 배역을 설명하며 '현실적 인물로 표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수인의 성격을 분석하며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정수인은 물론 하이디에게 인간미를 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생생물이지만 사실상 인간처럼 그리고자 했다. 그것이 현실 기반의 판타지를 구축하는 힘이 되리라 믿었다."


-정수인과 하이디는 만날 수 없는 운명이나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

"한 몸에서 공존이 가능한 이유다. 근저에는 상대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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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존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차이를 감정 유무로 설정했나.

"그렇다. 하이디를 연기할 때는 눈을 깜빡이지 않는 등 얼굴 근육을 부자연스럽게 썼다. 가만히 있어도 불편한 느낌이 새어 나오길 바랐다. 쫓기는 상황도 차별화했다. 정수인의 경우 급박하고 두려운 얼굴로 뒤를 몇 번씩 돌아보곤 했다. 하이디는 정반대다. 도망이라는 목적에 들어맞는 움직임에만 집중한다. 그런 차이가 시청자 몰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종 결과물에 담긴 하이디 모습은 전적으로 시각 특수효과(VFX)에 의존한다. 연기하면서 확인할 수 없어 의구심이 들 때가 있었을 듯하다.

"참고할 만한 모델이 없어 연상호 감독의 주문만 믿고 따랐다. 너무나 열정적으로 표현해줘서 우스꽝스러운 동작도 진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웃음). 그렇게 조금씩 확신이 생긴 듯하다. 동료 배우들의 믿음도 한몫했다. 특히 설강우를 연기한 구교환 선배가 내 해석을 먼저 물어보고 맞춰줘서 의지가 많이 됐다. 연기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


-정수인은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고 마트가 아닌 편의점에서 혼자 일한다. 더불어 사는 가치를 깨달은 터라 의외의 선택으로 느껴진다.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인간이나 사회를 향한 시각은 분명 크게 바뀌었다. 다만 실행에 옮기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이디와 공존하고 있어 조심스럽기도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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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인은 편의점에서 길고양이에게 참치를 준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먹는 모습을 빤히 지켜본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연기했을 듯한데.

"이전부터 혼자 있는 생물에게서 동질감을 느꼈을 거다. 자기 처지를 많이 대입했을 거다. 일련의 사건을 겪기 전까진 용기가 없어 그걸 멀리서 바라보는 데 그쳤다. 하이디와 공존한 뒤는 다르다. 가까이 다가가 먹이를 줄 만큼 진취적으로 변했다."


-마지막 미소는 그런 탈바꿈으로 가까워진 희망을 가리키나.

"그렇다.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과 사고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거기에 하이디에 대한 고마움이 조금이나마 섞이길 바랐고. 정수인이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 많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자격이 충분한 아이니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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