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설계사 모시기 경쟁에
일부 GA, 신입 양성 나서
충성도 높고 이직률 낮아 선호
20대 청년부터 40대 경단녀까지 도전
서울대 화학공학과 경력 포기…GA 설계사로 전업
서울대 화학공학과 대학원 졸업 후 화학 분야 한 대기업에 입사해 12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한 A씨(40)는 올해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로 전업을 결심했다. 플라스틱 물성을 연구하는 것보단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생겨서다. 설계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았던 탓에 배우자와 지인들은 처음에 만류했다. 하지만 그가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고 세부 계획을 제시하며 설득하자 이제는 적극 응원해준다.
A씨는 지난 2월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내 인슈어테크 법인보험대리점(GA) 굿리치가 운영하는 굿리치 금융캠퍼스를 찾았다. 이곳은 굿리치의 신입 설계사 양성소다. 보험상품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이후 GA업계에서 경력자 중심의 설계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자, 굿리치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신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했다.
A씨는 이곳에서 보험 기초지식과 전산시스템 접근법, 영업노하우 등 설계사가 하는 업무 전반에 대해 학습했다. A씨는 "현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선배 설계사가 일대기식으로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 게 크게 와닿았다"면서 "책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현장지식과 더 큰 동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영업·교육업 종사…자산관리 중요성 깨달은 뒤 GA 도전
대구에서 13년간 해외수출영업과 코딩교육 강사일을 한 김지미씨(35)도 새내기 설계사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설계사로 전업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영업을 잘할 것 같다는 주변 응원에 힘을 얻고 과감히 도전했다.
김씨도 설계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 공부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교육업에 종사했을 때보다 공부해야 할 게 많고 전문성 측면에서도 결코 쉽게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면서 "보험에 관한 전문지식을 쌓고 우리 가족뿐 아니라 주변 지인에게 꼭 필요한 보험정보를 전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굿리치 금융캠퍼스에선 20대 청년부터 40대 경력단절 여성까지 설계사를 꿈꾸는 다양한 예비설계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 설계사 경험이 없는 무경력자들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지점이 티오(TO·정원)에 맞춰 부족한 인력을 뽑은 뒤 캠퍼스로 올려보내고 교육 후 해당 지점에 배치되는 식이다. 지난해 9월부터 1기 과정을 시작해 지난 2월 6기까지 224명이 수료했다. 이들은 향후 1년간 3레벨까지 단계별로 추가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직 잦은 경력 GA설계사…신입 육성으로 정착률 높여야
굿리치가 신입 육성에 투자하는 건 GA 설계사 인력시장이 경력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이직이 잦은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설계사 5000명 이상 대형 GA 10곳의 설계사 평균 정착률은 59.1%다. 정착률은 보험설계사로 신규 등록한 뒤 1년 이상 정상적인 보험 모집활동을 한 인원의 비율이다. 새로 들어오는 설계사 10명 중 4명은 1년 안에 이직한다는 얘기다.
설계사가 경력 중심인 건 습득해야 할 전문지식이 많고 이들이 기존에 보유한 고객풀이 단기간의 조직 영업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만 신입도 장점이 있다. 이철 굿리치 채널교육팀장은 "신입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경력자와 비교해 이직률도 낮은 편"이라며 "모두 무경력자라 꼼수를 부리지 않고 배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굿리치가 금융캠퍼스 출신 설계사의 월납보험료 기준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평균 대비 30% 높았다. 굿리치는 신입 설계사 정착률을 60%로 유지하는 게 목표다.
GA 인력 경쟁 심화로 앞으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GA가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에프에이(iFA)는 지난 1월 보험설계사 교육플랫폼 FP파트너즈에 투자해 보험설계사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AIA프리미어파트너스도 지난 1월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신입설계사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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