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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느긋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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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은 신념에 가깝습니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만난 전직 통상 관료가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관료들과 만났던 이야기를 전하며 한 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다른 국가 정상들과의 통화나 회담을 앞두고 백악관 참모들이 보고하는 사전 브리핑 자료에는 반드시 포함되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무역수지 흑자국인지 적자국인지다. 자료에는 국가명과 기본적인 정보 다음으로 반드시 무역수지가 들어갔다. 미국이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면 브리핑 내내 분위기가 좋았고,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면 브리핑 중에도 적자 해소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오갔다고 한다.

무역적자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을 할 때부터 사비를 들여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신문에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지적하는 전면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도 아니고 사업가였던 그는 자기 이름으로 신문에 광고를 내고 극심했던 대일 무역적자,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비까지 쏟아부어 가며 통상 이슈에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돼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의 의지는 정책적 판단 수준을 넘어 확고한 신념에 기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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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무역 흑자는 445억달러(약 60조원)로 사상 최대다. 국내총생산(GDP)의 40%가 수출에서 나오는 우리로선 더욱 강력한 보호무역을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과 여파가 상당히 크다. 다행히 한국은 트럼프 1기를 겪어 본 경험이 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철강 232조 수출 제한 등 대미 통상 현안을 풀며 트럼프식(式) 협상 스타일에도 익숙하다. 상대방의 공격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우리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발 빠르게 대비하는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는 아직 급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일본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가 대표로 있는 로비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대미 로비 자금도 쏟아붓고 있다. 미 정치자금을 추적하는 초당파적 그룹인 오픈 시크릿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3년 워싱턴 D.C.에서 로비 자금으로 4934만달러(약 665억원)를 지출했다. 한국 정부가 지출한 금액 1208만달러(약 163억원)의 네 배에 달한다. 한국이 지난해 로비 지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동안 일본은 오히려 로비 자금을 13.4%나 늘렸다. 일본 정부가 워싱턴 D.C.에서 고용한 로비 회사도 20곳에 달하는 반면, 한국 정부가 쓴 로비회사는 5곳으로 대만(6곳)보다도 적다. 국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40%로 일본의 두 배지만, 정부의 대응 양상은 이처럼 차이가 크다. 우리 정부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을 대비하지 않을 리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려는 움직임 역시 보이지 않는다. 당정 모두 4월 총선만 지켜보는 모습이다. 미 대선까지는 불과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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