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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그 후]①정신과 치료받고, 소송비 불어나고…피해자 고통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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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6명 인터뷰
"사람이 무서워…통화 녹음 습관"
우울증·불안장애 치료 받고
소송·경매 진행에 추가 비용 늘어

지난해 12월 이른바 '빌라왕' 사태를 시작으로 전세사기 쓰나미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이후 검·경의 대대적인 수사를 비롯해 지난 6월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되는 등 전세사기 대응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이들은 정신적·금전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전세사기, 그 후]①정신과 치료받고, 소송비 불어나고…피해자 고통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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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는 전세사기 피해자 6명과 서면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이며 "두 번 다시 전세를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강서구청이 지난달 16일부터 30일까지 전세사기 피해자 550명(응답자 355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세사기피해자 전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증금 미반환 상태로 전월세주택을 이주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21.12%(75명)였다.

"대화 녹음 습관 돼"…정신과 치료도

곽모씨(29·여)는 올해 1억5600만원의 전세사기를 당한 이후 우울증이 심해져 휴직했다. 2021년 5월부터 경기 하남시 소재 주택에 살던 곽씨는 지난 3월 계약 해지를 위해 임대인 A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계약 해지 통보가 전달되지 못하면서 전세계약은 묵시적 갱신됐다. 상황 파악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 방문, 은행 상담, 변호사 선임 등을 통해 도움을 구하러 다녔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서에 작성된 A씨의 주소지가 컨테이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3개월 후 A씨가 거주불명자로 등록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일 이후 곽씨는 사람 관계가 무서워지면서 대화를 녹음하는 게 습관이 됐다.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곽씨는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강서구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대부분 심신 건강이 악화됐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변화에서 '나빠짐, 매우 나빠짐'을 응답한 비율은 각각 89%, 93%를 차지했다. 사회적 관계 변화에 '나빠짐, 매우 나빠짐'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65.8%에 달했다. 3억1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김모씨(38·여) 역시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화가 나고 잠을 잘 수 없어 수면제와 불안장애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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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집에 거주 중…"2년 몽땅 날려"

차모씨(36·여)도 곽씨와 마찬가지로 A씨에게 2021년 9월29일 1억2000만원의 전세사기를 당했다. 잔금을 처리하는 이사 당일 A씨는 잠적했다. 곽씨는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도 했지만 앞서 살고 있던 세입자의 소유권 주장으로 대항력에서 밀리면서 후순위 임차인이 돼버렸다. 미리 포장해놨던 이삿짐은 컨테이너 물류센터에 맡긴 채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뛰어다녔지만, 아직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2년의 계약기간은 끝났다. 차씨 전세자금은 결혼자금이기도 했다. 차씨는 단기 월세로 살다가 현재는 부모님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차씨는 “단 하루도 살아보지 못한 집의 대출금과 이자를 떠안아 갚게 됐다”고 말했다.


2억4200만원의 전세사기를 당한 김모씨(38·여) 역시 지난해 3월 전세사기를 당한 이후 아직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매일이 악몽 같다"며 "아직 진행 중인 절차가 있어 거주하고 있지만, 전세를 다시 선택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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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회수도 안 됐는데…불어나는 비용

이모씨(35·남) 역시 서울 관악구 소재 1억7000만원짜리 전세계약을 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2년 전세계약 후 재계약까지 했지만, 뒤늦게 다른 세입자를 통해서야 전세사기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비가 새고, 벽은 금이 가 있는 상태다. 하자 수리 요청을 했지만 집주인의 답변은 없었다.


이씨는 전세계약기간 단축 소송 및 경매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씨는 "소송, 경매 진행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3억100만원을 잃은 김씨도 지난 10월 말 전세사기를 당한 뒤 소송에 나섰다. 김씨 역시 "변호사 비용, 송달료, 앞으로의 경매비용 등 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서구청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변호사 선임비를 제외한 소송 수행 경비는 평균 161만2000원, 변호사 선임 비용은 평균 379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세 보증금을 떼인 상황에서 5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특별법상 '피해자 등' 인정됐지만…"청약 당첨으로 혜택 못 받아"

임태호씨(32·남)는 2020년 9월부터 살던 경기 수원시 빌라를 지난해 6월 2억3300만원에 임대인 B씨와 재계약했다. 2020년 9월 시행사와 2억18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지만 2주 뒤 B씨로 명의가 변경됐다. 최초 계약 이후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진행했지만, 심사는 거절됐다. 이후 올해 6월이 돼서야 온라인상에 올라와 있는 '전세사기 임대인 명단'을 보고 피해 사실을 파악했다.


임씨는 전세사기특별법에 의해 피해자 등으로 인정받았지만, 지원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전세에 살면서 청약에 당첨됐는데, 이로 인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를 지원하는 대출 상품의 지원 대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은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지원되고 있는데, 분양권은 1주택으로 간주한다. 임씨는 "전세금만 받았어도 청약된 아파트의 잔금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출조차 받을 수 없어 청약 당첨에도 입주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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