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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 엔데믹 다가왔지만…‘감염병X’ 준비하는 역학조사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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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때 추가 확산 방지 위해 중요한 작업 ‘역학조사’
“감염자 방어기제 있어 쉽지 않아, 폭언도 빈번”

다가오는 코로나19 엔데믹에 한산한 선별진료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가오는 코로나19 엔데믹에 한산한 선별진료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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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초에는 코로나19 격리기간이 7일에서 5일로 줄어들고 7월에는 격리 의무가 해제된다. 4년 차를 맞는 코로나의 위험도가 낮아지면서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도 비슷한 일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스(2003년)→신종플루(2009년)→메르스(2015년)→코로나19(2020년) 등 신종 감염병 등장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신종 감염병이 등장했을 때 발생 원인을 찾아내고 확산 방지를 위해 역학조사관들에겐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 언젠가 다가올 ‘감염병 X’에 대비하기 위해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들은 어떤 훈련을 하고 있을까.


코로나 초기 때처럼 신종 감염병이 나타났을 때 역학조사관들은 감염자 동선 추적을 해야 한다. 이 때 확진자 당사자의 솔직한 답이 중요하다. 이상원 질병청 위기대응분석관은 "확진자가 혹여나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까 하는 방어기제가 있기 때문에 거짓진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초창기인 2020년 5월 이태원 클럽 방문 뒤 확진된 인천의 한 학원강사가 동선을 거짓진술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추가 감염자가 속출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외부에 절대 노출되지 않는다"며 감염자를 다독이는 것도 역학조사관의 역할 중 하나다.

혹독한 인터뷰 실습 과정…실제 현장에서 있는 일

역학조사관들은 실제 현장에서 감염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혹독한 실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레벨 D의 방역복을 입은 상태라 몸도 힘들지만 정신이 더 괴로운 경우가 많다. 질병청에선 코로나19 다음 감염병을 ‘코로나27’이라 가정하고 기자들이 감염자를 연기하는 A씨를 15분간 역학조사하는 실습을 거쳤다.

신종 감염병의 상황은 이렇다. 2027년 3월1일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신종 감염병(코로나27)이 보고됐는데 정보가 없어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코로나27은 코로나19 증상에 더해 구토 증상까지 나타나고 전 세계적으로 2238명이 확진됐다. 국내에선 23명이 발생해 4명이 사망(치명률 17.4%)했다. 역학조사관이라면 A씨의 성명·거주지 등 인적사항과 증상유무·증상 종류·발생일, 기저질환, 검사경위, 해외방문·확진자 접촉·집단발생 장소 등 추정감염경로와 접촉자 조사를 다각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A씨 역시 두려움과 불안, 혹시나 주변 사람이 입을 피해 때문에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가상의 역학조사 시나리오 [이미지제공=질병청]

가상의 역학조사 시나리오 [이미지제공=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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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나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코로나 때처럼 언론에 알려지냐"면서 말하길 거부하거나 동선을 허위 진술했다. 주먹으로 물건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 때 역학조사관들은 흥분한 A씨의 말과 행동에 대해 맞받아쳐서는 안 되며 이해하고 안심시켜야 한다는 훈련을 받았다. 실제 코로나19 초기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인 만큼 역학조사관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도록 사전에 경험치를 늘리는 차원이다.


김영만 보건연구사는 "아이가 확진됐을 때 부모가 역학조사관에게 폭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땐 아이에게 해를 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임을 잘 다독이면서 알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류보영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확진 자체는 물론 예방수칙 지키지 않아 감염된 걸 수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감염되고 감염시킬 수 있는 것"이라며 "미지의 감염병이 세상에 알려질수록 최초 조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신종 감염병 감염을 막아줄 레벨 D의 방호복을 착탈의 하는 연습도 진행됐다. 입고 벗는 것 자체도 까다롭지만 이 과정에서 감염병 바이러스를 자신의 몸과 주변 공간에 묻히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레벨 D 방호복 착탈의 연습 [사진제공=질병청]

레벨 D 방호복 착탈의 연습 [사진제공=질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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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위기대응분석관은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사람과 동물 간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의 수가 알게 모르게 많을 것"이라며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신종 감염병 주기가 짧아지고 전파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이 다가왔지만 역학조사관들은 감염병 X에 대비하기 위해 신발에 구멍이 날 때까지 뛰겠다는 다짐과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송=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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