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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셔틀버스 자리도 없어요"…축구장 17개 크기 中면세점에 쇼핑객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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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中 하이난 싼야국제면세시티 가보니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운행하는데 거의 빈 자리 없이 손님들이 탑니다. 미리 자리 예약을 하셔야 해요."


지난 19일 중국 하이난섬 싼야의 동부에 위치한 싼야국제면세시티(CDF몰) 후문. 면세점과 섬 곳곳의 호텔을 오가는 무료 셔틀 버스 20여대가 대기하며 방문객을 연신 실어 나르고 있다. 셔틀의 한 운전기사는 "개방(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구간별로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면서 "요샌 사람이 많아져 밤 10시나 돼야 퇴근한다"고 전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버스는 코로나19 여파로 그간 한산했지만, 최근에는 운행량을 늘렸는데도 원하는 때에 타기 어려울 만큼 승객이 꽉 들어찬다.

19일 중국 하이난섬 싼야의 동부에 위치한 싼야국제면세시티(CDF몰). 간단한 짐검사를 한 뒤 매장에 입장할 수 있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19일 중국 하이난섬 싼야의 동부에 위치한 싼야국제면세시티(CDF몰). 간단한 짐검사를 한 뒤 매장에 입장할 수 있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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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면세 사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지원에 힘입어 '위드코로나' 특수를 노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지난 15일부터 하이난섬에 무비자 입국까지 가능해지면서 해외발 관광 회복 호재가 겹쳤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쇼핑 편의를 강화하는 제도 완화를 잇달아 발표하며, 면세사업에 대한 노골적인 '밀어주기'에 나섰다.


'규모로 압도' 초대형 면세점…에루샤는 無

해변 인근에 위치한 CDF몰은 중국 국영인 중국면세그룹(CDFG)이 운영하는 축구장 17개(12만㎡) 크기의 세계 2위 규모 면세점이다. 당초 내국인 전용으로 조성됐지만, 일부 브랜드는 여권정보와 항공권 정보로 외국인도 구매 가능했다.

19일 중국 하이난섬 싼야의 동부에 위치한 싼야국제면세시티(CDF몰) 후문. 면세점과 섬 곳곳의 호텔을 오가는 무료셔틀 버스 십여대가 대기하며 방문객을 연신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19일 중국 하이난섬 싼야의 동부에 위치한 싼야국제면세시티(CDF몰) 후문. 면세점과 섬 곳곳의 호텔을 오가는 무료셔틀 버스 십여대가 대기하며 방문객을 연신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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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방불케 할 정도의 압도적 규모다. A구역과 B구역, L구역(식음료) 곳곳에서는 새로 입점하는 브랜드 매장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마저도 부족해 인접한 부지에서 추가 매장과 호텔을 위한 C구역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면적만을 기준으로도 한국 최대규모(시내기준)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1만7300㎡)의 7배에 달한다.


다만 확보된 브랜드나 매장 내 제품 구성을 살펴보면 한국 내 면세점과 비교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CDF몰은 면세점 역량의 가늠자인 '3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아직 입점시키지 못했다. 프라다, 구찌, 페라가모, 로에베 등 유명 브랜드 매장에서는 신제품이나 인기 모델이 품절돼 찾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화장품의 경우 한국 면세점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30% 이상 떨어지는 것이 대다수였고, 에스티로더나 르메르 등 고가 브랜드는 2배 이상 더 높은 제품도 적지 않았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왕위에씨는 "백화점보다 조금 더 쌀 뿐 크게 매력이 있는 가격은 아니다"라면서 "가품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국 하이난섬 싼야의 동부에 위치한 싼야국제면세시티(CDF몰). A구역과 B구역에 더해 추가 매장과 호텔을 위한 C구역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중국 하이난섬 싼야의 동부에 위치한 싼야국제면세시티(CDF몰). A구역과 B구역에 더해 추가 매장과 호텔을 위한 C구역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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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폭지원 뒷배 삼아 몸집 키우는 CDFG

CDF몰의 거침없는 확장은 최근 거듭된 초고속 성장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읽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여행 제한 등 여파로 글로벌 면세기업들이 고전할 때 CDFG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으로 2019년 글로벌 4위에서 2020년 1위 자리에 올랐다. 2020년 정부가 면세 한도를 연 3만위안(약 546만원)에서 10만위안으로 높이고, 단품 한도 규정(8000위안)을 없앤 영향이 컸다(한국의 면세 한도는 102만원 정도다). 불발로 끝나긴 했지만, CDFG는 최근 인천공항면세점 입점을 위한 사업권 입찰에 참여하는 등 한국 시장 진출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구매객 편의를 강화하기 위해 2만위안 이하 면세품의 현장 수령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현장이 아닌 공항, 기차역이나 항만시설 등 정해진 장소에서만 물건을 받아야 했는데, 다음 달 1일부터는 화장품·선글라스·분유 등 15종에 한해 기준가격 내 물품은 현장에서 받아 즉시 사용해도 된다.


면세사업 호황기 정부의 사업권 남발과 천문학적인 공항 면세점 임대료로 국내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거듭하는 와중에 최대 경쟁사로 급부상한 CDFG는 오히려 정부 지원 덕에 몸집을 불릴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업은 구매력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라면서 "한국 업체들이 내부 경쟁에 골몰하며 입지가 좁아진 사이, 중국 업체는 정부 지원을 뒷배삼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싼야=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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