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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스의 승리'...JP모건 넘보던 CS 결국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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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1위 투자은행(IB) JP모건을 넘보던 크레디스위스(CS)가 경쟁사인 UBS로 강제 병합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위험 없이는 수익도 없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B 부문에 대한 위험 노출을 배로 늘린 것이 패착이 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CS의 몰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탈출하는 방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거대 금융그룹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서 촉발된 2008년 위기 당시 JP모건,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등 내노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이들 은행들은 그 해 천문학적 적자를 냈고 대침체로 이어지면서 모든 경제 위기의 발단이 됐다. 이 같은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CS는 비교적 회복세가 빨랐는데, 그 배경이 바로 IB 부문을 폭발적으로 키운 데 있다는 분석이다.

1856년 스위스 철도 사업 대부업으로 시작한 CS는 1900년 개인금융에 진출했고, 1990년대 들어 '퍼스트보스톤' 인수를 시작으로 활발한 M&A로 투자은행으로 변모하며 사세를 키웠다. 이후 2008년 금융시스템이 마비됐을 당시엔 글로벌 고액 자산가들만을 위한 자산관리(WM)과 IB 업무를 융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였고 이 전략은 크게 성공했다. 당시 부동산 버블로 시작된 금융위기 피해가 저소득자, 신용불량자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고소득 슈퍼리치들을 공략한 점이 성공에 주효했다. WSJ은 CS가 당시 '억만장자를 위한 은행'으로 재탄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건실했던 CS가 위기로 돌아선 것은 결국 IB 다. 10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했던 영국 금융회사 그린실 캐피털이 위험거래와 분식회계에 연루돼 파산하면서 17억달러(약 2조2200억원)의 손실을 봤고, 한 달 도 채 안돼 미국 헤지펀드 아케고스캐피털의 마진콜 사태에 자금이 물리며 55억달러(약 7조170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등이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최소화 한 반면 CS는 위험 관리를 소홀히하면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 중 가장 큰 손실을 입었고, 이로 인해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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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최대주주의 손절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최근 공개된 사업보고서에서 내부 통제 미흡 등 회계상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면서 재무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사우디 국립은행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이 ‘유동성 추가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CS의 부도 위험 지표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며 부도 공포가 절정에 달했다.

이후 모잠비크 뇌물수수 거래, 불가리아 마약상 돈세탁, 유럽 전역 5만개 이상의 계정과 관련된 탈세 각종 사기와 불법 거래에 연루되면서 2020~2022년 사이 지불한 벌금과 배상금만 40억달러(약 5조2200억원)에 달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CS가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공개한 각국 정부 조사와 소송 관련 내용만 12페이지에 달한다고 WSJ은 덧붙였다.


결국 IB 사업 확장은 손익 악화의 원흉으로 작용했고, 투자자들에게 '통제력을 잃은 기관'이라는 낙인을 찍었으며, CS를 파산 직전으로 몰고 가면서 '피로스의 승리(너무 많은 희생이나 비용을 치러 패전이나 다름없는 승리)'로 끝이 났다. 이탈리아대학교 재무학 교수인 지오바니 바론 아데시는 "금융시장의 가장 큰 자산은 신뢰다. 금융사가 신뢰를 잃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IB 부문의 부진은 UBS와의 통합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UBS의 CS 인수가 성사되면서 예고된 대로 UBS는 CS의 IB 부문을 해체 수준으로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재무부가 양사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이나 법률 비용 등을 위해 90억스위스프랑 규모의 정부 보증을 제공하기로 한 것도 이 IB 부분의 해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스위스 투자은행 폰토벨의 안드레아스 벤디티는 "(CS는) 그들 스스로를 금융위기의 승자라고 자화자찬했지만, 그들의 전략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은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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