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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붕괴·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다"…불황의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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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대량 해고에 이어 신사옥 건설을 중단한 것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읽힌다는 경고가 나왔다. 과거 2001년 IT버블 붕괴와 2007년 4월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각각 인터넷·통신, 주택 시장 경색이 외부로 확산하면서 전방위적인 해고와 경제 전반의 침체로 번졌다. 이 같은 대침체기는 산업 한 부문의 위기가 다른 부문으로 전이되는 양상으로 전개돼왔고, 이번에도 기술과 주택 시장에서 시작된 위기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평가다.


빅테크 속절없는 추락·흔들리는 주택 시장

미 빅테크의 실적 추락은 끝이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실적 악화는 점점 심화하는 양상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98% 급감하며 겨우 적자 전환을 피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출 성장률이 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알파벳은 4개 분기 연속 순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굳건했던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마저도 전년 대비 매출과 순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S&P 500 지수에 속한 빅테크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기 8.4% 감소해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빅테크의 혹한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시장 예상을 밑도는 1210억~1260억달러로 제시했다. MS도 매출 목표치를 505억~515억달러로 시장 예상치(520억달러) 보다 낮춰 잡았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두가 소비를 줄이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 실적 개선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의 늪 속에서 빅테크들은 추가 감원과 연봉 삭감 등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1만1000명을 자른 메타는 이번 주 수천명을 추가 감원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이번 주 채용 담당 직원의 30%를 감원했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정리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레이오프스(Layoffs.fyi)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상장한 기술 기업 38개사는 이미 비용 절감을 위한 감원에 착수했다.


미 주택 시장도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 주택 시장의 건설 경기는 7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주택 가격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6월 말 대비 2.7% 하락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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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업종 수익 감소…'대침체기 등식' 재연되나

'광범위한 이익 감소=경기 침체'는 과거 대침체기에도 나타났던 등식이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 500 지수 중 9개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수익이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혜를 누린 에너지와 산업재만이 지난해 수익 성장을 경험했다. 레피니티브는 올 1분기와 2분기에도 소비재·금융·소매·의료 등의 산업군에서 이익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위협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최종 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이 발언은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해 3월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Fed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4.5~4.7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Fed는 지난해 12월 FOMC에서 최종 금리를 5.1%로 제시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최종 금리가 이보다 더 높아진다는 것은 올해 5%대 중반까지 금리가 치솟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은 올해도 금리 인상 행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종 금리가 6%에 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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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긴축이 이어지자 시장에서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지난달 미국 내 전체 19개 업종의 2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사업 환경이 우수하거나 평균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지난해 7월 이후 감소 흐름을 보였다. WSJ은 올해 이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추가 감원이 이어지고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미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향후 12~18개월간 전 산업군에서 기업들이 만기 도래 부채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소매·자동차·운송·화학·광업·임업 등 6개 산업군이 취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만 1개 산업군만이 취약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 전망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무디스는 "해당 6개 산업군은 경기 회복에 있어 타 산업군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신용 펀더멘털도 악화하고 있어 만기가 돌아오면서 새 대출로 갈아타려는 리파이낸싱은 더 높은 비용이 들고 실행이 쉽지도 않을 것"이라며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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