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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반도체 이어 배터리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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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美 전기택시 3만대
내연기관차 등장에 자취 감춰
100여년만 재등장 배경엔 진일보한 배터리 기술
韓 초격차 성과, 한국형 파우치 배터리로 특화
공간 효율 높고 화재 위험 낮아
국내 기업 30년 내공 집약체

일명 ‘밧데리 아저씨’라 불리는 이가 있다. 자칭타칭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전도사인 박순혁이 그 주인공. K-배터리를 바로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가 출연한 유튜브 방송은 누적 조회 수 1000만회를 기록했고, 그의 저서 ‘K 배터리 레볼루션’(지와인)은 출간 이후 2주째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저자가 K-배터리 전도사가 된 시작점은 첫 직장인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이다. 과거 한국투자신탁과 쌍두마차를 이뤄 국내 증권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곳에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온 1년 내 150배 성장을 이룬 ‘뉴데이터테크놀로지’의 실제 모델인 ‘새롬기술’ 등을 담당하며 30년 가까이 ‘여의도 밥’을 먹었다. 그러던 2022년 2차전지 기업인 금양의 류광지 회장 요청으로 금양의 기업설명회(IR)와 홍보업무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배터리 전도사의 길을 걸었다.

[이 책 어때]반도체 이어 배터리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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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저자는 세계 배터리 산업의 시작과 현재를 아우른다. 최근 배터리 산업의 전면에 전기차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는데, 저자에 따르면 전기차의 등장은 최신의 일이 아닌 내연기관 이전의 일이다. 스코틀랜드 발명가 로버트 앤더슨이 1834년 ‘원유전기마차’를 발명했고 1881년에는 구스타브 트루베가 삼륜전기자동차를 선보였다. 1897년에는 전기택시가 등장해 1900년대 당시 미국 전역의 택시 수는 3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1908년 ‘자동차의 왕’이라 불리는 핸리 포드가 내놓은 내연기관차가 등장하면서 전기차는 급속히 자취를 감췄다. 온종일 충전해도 80㎞밖에 갈 수 없었으며, 무거운데다 값은 내연기관차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대 뒤로 사라졌던 전기차가 100여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배경에는 놀랍게 발전한 배터리 기술이 존재한다. 저자에 따르면 배터리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다. 중국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말이 있지만 저자는 ‘오해’라고 단언한다. 전기차의 심장이 배터리라면 배터리의 심장은 양극재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국내 양극재 기술을 고려 청자의 비색 기술과 비견한다.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이라는 것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충전 양과 전압을 결정하는 핵심 물질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의 시작은 대략 1992년이다. 구본무 LG 회장이 영국 원자력연구원에서 2차전지를 처음 접한 후 국내 연구를 지시하면서 30년을 이어왔다. 수조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 ‘LG화학에서 돈 벌어 2차전지에 다 갖다 바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을 이뤄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시가총액 2위로 증시에 입성했다. 이 외에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국책 지시에 따라 2004년 자동차용 양극제 사업에 뛰어든 에코프로는 중도 포기한 삼성 제일모직의 연구 성과를 100억원에 끌어안으면서까지 연구에 매진해 초격차 핵심기술인 ‘하이니켈 양극제 기술’을 이뤄냈다.


K-배터리 기술은 안정성에서도 세계를 압도한다. 흔히 전기차는 화재 등 안정성에서 문제시되지만 한국형 파우치 배터리는 K-배터리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파우치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의 비효율을 보완한 신제품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내부로 모이는 열을 내보내지 않으면 폭발 우려가 있어 섣불리 크기를 키우기 어려운데, 이 때문에 제한된 크기의 원통형 배터리를 묶어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원통 사이 공간 낭비가 크고 무게 부담도 적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게 네모난 파우치 배터리다. 네모난 배터리를 얇고 가벼운 비닐 재질로 감싸 무게를 줄이고 공간 효율을 높이면서도 그에 따른 화재 위험을 막는 고난도 기술을 적용했다. 저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파우치형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두 곳뿐이다.

다만 배터리 원료가 되는 광물자원 확보는 남은 과제다. 지난해 국내 광물자원전략연구센터가 펴낸 ‘한국과 중국의 2차전지 공급망 진단 및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점 만점에 1.3점으로 ‘매우 미흡’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보통 수준인 3.3으로 평가됐다. 2차전지 원료 광물 대부분을 수입하고,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산업은 ‘중국 자원 무기화’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포스코그룹이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개발권을 3000억원에 매입해 2025년부터 리튬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고, 금양이 콩고민주공화국 리튬 광산 개발에 뛰어들어 리튬 광산 확보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전기차 시대의 관건은 배터리라고 강조한다. 그는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모터와 배터리로 이뤄진 단순한 구조이기에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고 설명한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엔진 기술력이 필요 없기에 기성 자동차 강자도 무에서부터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배터리 기술은 국내 기업들이 30년에 걸쳐 쌓아온 기술 집약체다. 자동차 기술력의 핵심이 엔진 기술에서 배터리 기술로 옮겨진 상황에서 저자는 배터리는 반도체를 뒤이을 새로운 성장 먹거리라고 강조한다


K 배터리 레볼루션 | 박순혁 지음 | 지와인 | 223쪽 | 1만9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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