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이 책 어때]술·담배보다 유해성 적다는 대마는 왜 한국에서 불법일까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마약(痲藥)의 사전적 의미는 ‘중독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한자를 파자해보면 저릴 마(痲)에 약 약(藥)으로 마비시키는 약이란 뜻을 지닌다. 사전적 의미로만 치면 한번 시청하면 정주행하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드라마도, 최근 인기를 끄는 음식 마라탕도 모두 마약에 해당한다. 참고로 마라탕에서 ‘마’는 마약과 같은 한자어(痲)를 사용한다. 마약 베개, 마약 김밥 등 일상용어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대중의 거부감도 크지 않다. 얼마 전 국회에서 나온 마약청정국 지위 유지를 위해 일상 용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어느 국회의원의 주장에는 적잖은 지탄이 쏠리기도 했다.

[이 책 어때]술·담배보다 유해성 적다는 대마는 왜 한국에서 불법일까
AD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일상을 파괴하는 마약 유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 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의 저자 오후(가명)는 마약에 관한 대중의 선입견을 바로잡으며 바른 이해를 강조한다. 마약의 바른 분류가 그 시작점. 저자에 따르면 대중 인식에 마약으로 통칭되는 물질은 실제로 다양하게 구분된다. 코카인, 아편, 헤로인 같은 ‘마약’과 LSD, 프로포폴, 히로뽕(필로폰)은 ‘향정신성 의약품’, 마리화나, 하시시 등은 ‘대마류’로 분류된다. 법적으로 마약에 속하진 않지만 본드, 부탄가스, 아산화질소는 ‘환각물질’로 나뉜다.


이들 물질은 전세계적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마초다. 태국, 미국 다수 주를 비롯해 대마 흡연이 합법인 곳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대마를 피웠다가 국내에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학이나 해외를 자주 오가는 이들이 주요 대상인데, 실제로 지난달 재벌 3세 등이 대거 적발된 바 있다.

다만 그때마다 대마의 유해성이 도마에 오르곤 한다. 해외에서는 합법인데 왜 유독 국내에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냐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대마가 술이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의학 소견도 존재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이른바 수입물도 아니다. 조상들이 즐겨 입었던 삼베옷의 주원료인 삼이 바로 대마다. 저자는 지금도 안동 지역에서는 대마를 재배하고 있으며,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대마를 피우는 어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만 군사정권의 대마 금지 정책에 따라 지금은 대마의 꽃과 잎을 제외한 줄기, 뿌리, 씨앗만 섬유나 기름, 한약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담배와 술보다도 유해성이 낮다는 대마는 왜 금지된 것일까. 일각에서는 ‘디딤돌 효과(관문효과)’를 지목한다. 유해성과 중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상습 흡연하다 보면 내성이 생겨 더 강한 마약을 탐닉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에쎄 1mg(순한 담배)를 피우다가 내성이 생겨 말보로 레드(독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 여러 논증을 통해 대마를 피우다 내성이 생겨 헤로인을 찾는 등의 인과는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예외 없는 강력한 처벌에 따른 낙인 효과에도 우려를 표한다. 노동력 향상이나 국가 경쟁력을 위해 마약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단호하게 “틀렸다”고 반박한다. 범죄로 낙인 찍어버리면 마약으로 일상이 위태로워지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사회 밖으로 내던져져 수렁에 몰려 마약 중독에 빠질 우려가 더 크다고 말한다.

다만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다는 일명 히로뽕에 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 책의 제시된 통계에 따르면 한 해 검거되는 마약사범 중 대마초 관련 인원은 1000명 수준인데 반해, 히로뽕(메스암페타민 류)은 1만명에 달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지속해온 현상으로, 본래 일본에서 감기약을 개발하다 만들어져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게 대량 투여했으나 폐해가 너무 커 이후 일본 내 생산이 엄격히 금지됐다. 저자는 이후 우리나라가 생산 기지로 부상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책은 마약의 이모저모를 짚어내며 세계와 국내 현황을 다채롭게 조명한다.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는 마약 찬·반 의도는 삭제하려 노력했고, 그러면서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다만 극단적 허용과 통제에는 우려를 표한다. 그런 주장 중 하나는 네덜란드의 마약 정책. 네덜란드에서는 마약 자체보다 투약 과정에서 불결한 주사기 사용이 더 많은 사망자를 낳는 점에 착안해 아무 조건 없이 무상으로 주사기를 교체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마약 ‘엑스터시’의 불량 여부를 직접 찾아가 감별해주는 파격적인 정책도 선보였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저자는 마약에 강경한 국가보다 마약 피해가 적은 국가가 됐고,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효율을 위해 도덕성을 무시한 정책’이란 비판은 오해라는 것이다. 오히려 ‘효율’보다 ‘인권’을 중시했기에 가능한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마약을 합법화하자거나 비범죄화하자는 주장이 ‘마약이 안전하다’라든지 ‘마약은 개인의 자유’라든지, ‘마약 사용자를 그대로 방치하자’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금지 정책과 통제된 허용 정책 중에 어떤 방법이 장기적으로 마약 의존자를 줄이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일독을 권한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오후 | 동아시아 | 300쪽 | 1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