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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풍요롭고 안온한 삶을 꿈꾼다면, 고전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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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고난의 연속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고통의 일상 속에서 찰나의 행복을 누리든, 행복의 일상 속에서 잠시 위기를 맞이하든, 인생에서 시시때때로 처절한 순간과 혹독한 실패를 맞닥뜨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때 자신만의 마음 연고를 지닌 이는 극소수. 대부분은 시간을 약 삼아 버티고 버틴다.


‘논어로 여는 아침’(한빛비즈)의 저자 김훈종 SBS 라디오 PD는 고전 공부가 약이 된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고민은 앞선 현인들의 고민이었을 테고, 그들의 깨달음은 고전에 기록돼 전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어릴 때부터 먹을 갈아 화선지에 붓으로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쓰며 외웠고, 대학 시절 ‘맹자’ 원문을 필사하며 익혔던 저자는 고전이 난해하고 고리타분하며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편견을 걷어내며 고전 속에서 상황별 해답을 발굴한다.

[이 책 어때]풍요롭고 안온한 삶을 꿈꾼다면, 고전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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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전은 풍요롭고 안온한 삶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인간은 ‘진보’, 다시 말해 나아짐을 통해 만족감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노력이 주효했다면 ‘효능감’의 쾌감은 덤이다. 공자 역시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습’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익힐 습(習)을 파자하면 깃 우(羽)와 일백 백(百)이지만 본디 처음에는 깃 우(羽)와 스스로 자(自)인데 훗날 변형된 것"이라며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가 날갯짓을 연습해 스스로 날 수 있게 성장한 모습에서 착안한 글자"라고 소개한다. 수천, 수만 번의 날갯짓을 통해 앙상하고 가녀린 날갯죽지가 창공을 휘젓는 튼실한 날개로 변모하는 ‘익힘’의 담금질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고전은 나이 듦의 행복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대개 세상 물정 모를 어릴 적에는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에도 웃음 짓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점점 크게 체감하는 삶의 무게감에 웃음은 사치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고전을 통해 삶의 덧없음을 깨달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무기(無己), 무공(無功), 무명(無名)이 그중 하나. 저자는 "도를 깨달아 아는 사람에게는 자신도 없고, 공적을 이루려는 욕망도 없고, 명성을 좇으려는 헛된 마음도 없다"면서 특히 ‘마음이 어느 한 곳으로 온통 쏠려 자신의 존재를 잊은’ 몰입의 경지인 무기(無己)에 도달하면 삶의 덧없음을 깨달아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고전은 중용을 지키게도 한다. ‘논어(論語)-술이(述而)’에는 ‘공자는 낚시질은 하더라도 그물질은 하지 않았고, 활로 쏘아 잡는 주살질은 해도 잠든 새는 쏘지 않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중용을 지켰다는 것인데, 이를 삶으로 체현한 가문 중 하나가 경주 최부자 댁이다. 부자가 삼 대가 가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최부자댁은 무려 열 세대에 걸쳐 가문의 부를 굳건하게 유지했다. 저자는 공자의 가르침을 가훈에 담아 지킨 것에서 이유를 찾는다.


첫째, 과거는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마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 늘리지 마라.

셋째,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에는 논밭을 사들이지 마라.

다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

여섯째, 며느리가 시집오면, 삼 년간 무명옷을 입혀라.

흉년에 굶주린 백성들이 헐값에 내놓은 전답을 사는 것은 백성들의 고혈을 빠는 것이니 금지하고, 최고 부잣집에 시집온 며느리들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웃의 고충을 알게 하기 위해 비단옷을 금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최부자댁 육훈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는 준엄한 명령이 드러나 있다"며 "소박하지만 약자를 배려하고 자신을 돌아보려는 깊은 뜻이 아로새겨진 가훈(家訓)이자 가훈(佳訓)"이라고 말한다.


공감 능력이 필요한 이에게는 ‘맹자(孟子)-공손추(公孫丑)’를 권한다. ‘활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할까 두려워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활 만드는 사람이나 방패 만드는 사람이나 천성은 거기서 거기"라며 "타고난 품성보다는 각자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그 사람의 인격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 상황에 놓였을 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비장애인이기에 수십 년 살아오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곤란하게 했을 것이고, 남성이기에 모르는 사이에 여성을 차별하거나 불편하게 했을 것이고, 이성애자기에 모르는 사이에 동성애자를 차별하거나 소외감을 느끼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고백하며 "우리는 종종 서 있는 자리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며 "타인이 느끼는 심리적 상실감을 공감할 수 있을 때마다, 그렇게 타인이 서 있는 자리를 몸소 경험해볼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공감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집필 기간에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린 저자는 어머니 생전의 순간이 지금 느끼는 순간과 같지 않음을 지목하며 "이 한순간에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고전을 통해 ‘현재를 살아라’는 외침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이뤄낼 것이라 다짐한다.


논어로 여는 아침 | 김훈종 지음 | 한빛비즈 | 336쪽 | 1만6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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