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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끝이 보이지 않는 한은의 금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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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끝이 보이지 않는 한은의 금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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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가격도 휘발유값도 다시 올랐다. 1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기대치를 훨씬 상회했다.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하는 기우가 현실이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1개월 동안 금리를 4.5%포인트나 올렸는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금리 인상이 조만간 종결될 것이란 기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약화된 시점에 다시 인플레이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물가 인상 목표치인 2%대로 떨어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Fed의 매파 인사들은 2월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로 인상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시장 호조세로 3월 기준 금리를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도 증가했다. 그간 Fed의 긴축정책은 노동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긴 2006년에도 금리 인상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1년 반이나 걸렸다. 예상보다 좋은 미국 경제 상황이 Fed의 금리 인상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기간이 늘어나거나 인상 폭이 증가한다면 정책 당국의 고민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우선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3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종료될 경우에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1.5%포인트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포인트 차 이상은 가 보지 않은 길이다. 이제 미국의 금리 인상에 한은의 선택이 독립적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기준 금리가 역전된 기간이 가장 길었을 때가 2005년 8월에서 2007년 8월이었다. 이 기간 금리 차의 최대폭이 1.5%포인트였다. 내외 금리 차가 더 벌어질 경우 환율이 불안해지고 물가 관리의 어려움이 예측된다.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도 고유가가 지속되면 부정적일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올린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우리 현실에서 금리 인상의 충격이 기업과 가계에 전이될 수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일제히 오르면서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리가 더 오르면 대출 자금의 부실 리스크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부채 부실화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 부동산 영끌을 한 청년 등 취약 차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 마련이 시급해질 것 같다.


집값이 소득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부동산 급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집값 급락은 가계와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이는 소비둔화와 투자축소로 이어진다. 돈줄이 말라 시름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도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질 수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Fed가 오는 3월 빅스텝을 단행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향후 0.25%포인트 이상 기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Fed가 강력한 긴축이나 완화 시그널로 스스로를 구속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하간 Fed의 인플레이션 대응 정책의 항로를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3월과 5월 기준 금리 연속 0.25포인트 인상이 현재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우리 경제와 정책 대응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실타래를 제대로 풀어나갈지 관심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여야도 정쟁만 할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민생을 제대로 살펴야 하겠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업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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