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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10년前 소행성 폭발로 핵전쟁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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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영국 해협 상공 1m 소행성 폭발 '화제'
NASA 과학자, 첼랴빈스크 소행성 폭발 당시 소회
"러 핵무기 공장 위에서 소행성 터져, 오인 안 한 게 다행"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해협에 지름 1m의 소행성(사르2667)이 대기권에 진입해 폭발했다. 평범한 '별똥별'처럼 꼬리를 만들며 떨어지다 갑자기 섬광을 내뿜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구 대기권 진입 겨우 6시간 전에야 포착됐다. 만약 좀 더 컸다면 불시에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특히 이 사건은 정확히 10년 전인 러시아 첼랴빈스크 소행성 폭발 사태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전혀 사전 예측없이 인류가 당한 '저격'이었다. 소행성의 위협을 깨닫고 전지구적 대책을 도모하게 된 계기가 됐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자칫 미국-러시아간 핵전쟁을 촉박할 수도 있는 엄중한 사태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지구 근접 물체를 연구해 온 폴 초다스 박사는 15일(현지시간)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이같은 취지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초다스 박사는 당시 첼랴빈스크 소행성의 존재 자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충돌 소식을 듣고 경악했다고 소회했다. NASA는 이 무렵 '2012 DA14'라는 이름의 다른 소행성이 지구에 2만7680km까지 근접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바빴을 뿐이었다. 그러다 당일 소셜네트워크망을 통해서야 첼랴빈스크 소행성 충돌 소식을 전해 들었다. 초다스 박사는 "엄청나게 혼란 스러웠다. 우리는 (2012 DA14) 소행성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고 지구동기궤도(GEO) 벨트를 통과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면서 "전혀 다른 방향에서 첼랴빈스크 소행성이 갑자기 나타나 폭발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첼랴빈스크 소행성은 태양 방향에서 지구로 접근하는 바람에 천체 망원경 등 기존 관측 장비로는 빛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했었다. 지구인들은 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무해한 소행성에 안도하는 동안, 정작 몰래 접근한 첼랴빈스크 소행성의 존재는 아예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 파편 모습(사진=AP연합뉴스)

지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 파편 모습(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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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18m, 무게 약 7000t 정도의 첼랴빈스크 소행성은 시속 6만4800km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해 2013년 2월15일 오전3시20분26초(국제 표준시 기준)에 폭발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TNT 기준 약 500킬로톤의 폭발력으로 지상 수백마일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 폭탄(TNT 기준 21킬로톤) 25개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충격파로 첼랴빈스크 전역에서 건물들이 대부분 부서지고 수천 명의 주민들이 부상을 입었다. 많은 사람들이 깨진 유리창 때문에 다쳤고, 일시적으로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난 섬광 때문에 눈을 다친 사람도 수백명이었다. 심지어 자외선에 화상을 입은 사람도 수십명이 보고됐다.


1908년 러시아 퉁구스카강에서 관측됐던 지름 40m짜리 소행성 폭발로 무려 2137만㎢ 넓이의 숲이 박살 나 평지가 됐던 것에 버금가는 규모였다. 퉁구스카강에 이어 현대 인류가 관측한 두 번째 소행성 폭발이기도 했다.

특히 첼랴빈스크 소행성 폭발이 미국과 러시아 간 충돌로 이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는 게 초다스 박사의 회고다. 당시 첼랴빈스크에는 러시아의 핵무기 제조 공장 두 곳 중 하나인 '전러시아기술물리학연구소'( All-Russian Institute of Technical Physics)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러시아가 소행성 폭발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으로 오인했다면 미ㆍ러 간 핵전쟁이 촉발됐을 수도 있다. 다행히 당시 러시아 당국은 초기부터 자연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어 별다른 일은 없었다. 초다스 박사는 "(소행성 폭발이)처음에 군사 행동의 일종으로 오인되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다"면서 "(러시아가)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아무튼 첼랴빈스크 소행성 폭발 이후 인류는 소행성 충돌에 대한 경각심을 곧추세우게 됐다. 약 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져 공룡을 멸종시킨 지름 10km의 소행성처럼 언제든지 '보이지 않는 멸종자'가 지구에 또다시 '재림'할지 모르니 대비해야 한다는 데 국제적인 의견이 모아졌다.


NASA와 유럽우주청(ESA)이 지난해 목성 인근 소행성에서 실시했던 이중소행성충돌실험(DART)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크기의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 변화 여부 및 정도를 관찰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성공적으로 진행돼 상당 부분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으며 올해 내 세부적인 데이터가 공개된다. 또 NASA는 JPL 산하에 지구근접물체연구소(CNEOS)와 같은 조직을 통해 소행성 충돌 경보 시스템을 만들어 전지구적 알람을 울려주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같은 중진국들도 국제 소행성 감시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한편 자체적인 우주물체감시시스템도 구축했다. 중국은 조만간 DART와 유사한 소행성 충돌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유엔(UN) 차원에서 지구방어학회도 만들어 정기적으로 전지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기도 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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