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우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밀크플레이션 '초읽기'

유업체, 17일 우유 가격 인상
크림·버터·발효유 등 유제품도 인상
우려하던 밀크플레이션 현실화
자영업자도 고심…메뉴 인상 잇따라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17일부터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흰 우유와 함께 크림류 등 유제품 가격도 인상된다. 이를 필두로 우유가 들어가는 빵이나 아이스크림, 커피 등 다른 식품 가격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주요 유업체는 이날부터 흰 우유 등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서울우유는 우유 전체 제품을 평균 6% 인상했다. 흰 우유 1000㎖ 제품 가격은 6.6% 올라 대형마트 기준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가 됐다. 서울우유는 카페 전용 우유인 ‘밀크마스터’ 가격도 6.3%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인상 시기는 유통 채널별 협의가 필요해 이날이 아닌 다음 달 1일부터 이뤄진다.

같은 날 매일유업도 900㎖ 흰 우유 제품 가격을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6% 올리고 초코우유와 딸기우유 출고가도 10% 수준으로 인상했다. 남양유업도 대형마트 기준 2650원이던 900㎖ 흰 우유 제품 가격을 2800원 후반대로 8%가량 올렸다. 동원F&B 역시 이날부터 우유 제품을 평균 5% 인상한다.

우유를 제외한 유제품 가격도 함께 인상됐다. 서울우유는 서울우유 생크림과 버터 가격을 각각 10%, 7%씩 올리고 발효유 제품 ‘비요뜨’ 출고가도 5%대로 인상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에도 체더치즈 등 일부 치즈 제품 출고가를 약 20% 올렸었다. 앞서 매일유업도 원유 가격 결정 이전인 지난달 이미 발효유 제품 가격을 15~25% 올렸고, 사워크림과 휘핑크림 가격도 6∼7% 인상한 바 있다.

동원F&B도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와 요거밀, 덴마크 오리진 등 유제품 가격을 이날부터 올렸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를 편의점 가격 기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가량 인상한다. 편의점 외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굿모닝우유는 8%, 요플레 오리지널은 16% 오른다.

이번 우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은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부터 비롯됐다. 원유 가격이 리터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49원 오르며 흰 우유를 시작으로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은 지난 2020년 8월 낙농진흥회가 21원 인상을 결정한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유제품뿐만 아니라 우유를 재료로 하는 빵이나 아이스크림, 커피 등 다른 식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곧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식품업계 전반의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업체들도 저마다 인상 시기를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눈치 보기에 돌입했다.

카페나 디저트 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심도 깊어졌다. 이미 우유나 크림 등 유제품의 납품 가격이 오르거나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뉴 가격을 인상하는 사례도 잇따르는 중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류정현씨(34·가명)는 "유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메뉴 가격도 500원~1000원씩 올릴 예정"이라며 "다른 재료비도 하나같이 오른 상황이라 가격 인상을 하더라도 마진율이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