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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급 영어 구사한 이재용·정의선·손흥민…스타일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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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버드 출신 이재용 '정석' 영어 연설 선보여
수십분 영어 대담도 거뜬…'실전' 강한 정의선
英 토트넘 이적 후 영어 독학한 손흥민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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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 선수(30·토트넘 홋스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흡사 원어민을 보는 것만 같은 유창한 영어 실력이다.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 도중 탁월한 영어 연설을 선보였으며, 손 선수는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영어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들이 원어민에 근접한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스타일은 각양각색이다.


美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한 이재용의 '정석' 영어

한미 정상이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을 시찰했던 지난 20일, 이 부회장은 연단에 올라 1분37초간 영어로 환영사를 했다. "굿 이브닝(Good evening)"이라는 저녁 인사로 연설을 시작한 그는 "반도체는 모든 것의 엔진이 되고 있으며, 성장을 이끌고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이 같은 혁신은 한국, 미국, 전 세계 삼성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영어 연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물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삼성 직원들도 "부회장의 영어를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통역사가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원어민 수준 같다"라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95년 게이오기주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그 직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 동부 매사추세츠주 명문대인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 해부터 2000년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약 5년 동안 영어를 본격적으로 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그는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면서 미국 정·재계의 유명 인사들과 인맥을 쌓기도 했는데, 그중 한 명은 같은 대학원 동문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다. 영미권 엘리트들과의 '품격 있는' 대화에도 능숙한 셈이다.

지난 2019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인 두 사람은 일찍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삼성전자

지난 2019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인 두 사람은 일찍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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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이 부회장의 영어는 마치 모범 답안처럼 '정석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싱가포르, 영국 등에서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는 익명을 요구한 자산관리업 종사자 A씨는 "(이 부회장은) 연설을 할 때 편안해 보이더라. 영어로 비즈니스 관련 이야기를 하는 일에 익숙하다는 뜻이라고 본다"라며 "연설문이 늘어지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쉽고 간결한 단어만 썼다. 비즈니스 연설에선 정석 중의 정석"이라고 말했다.


미국 한 지역 언론에서 근무하는 언론인 B씨는 이 부회장의 영어 연설을 평가해달라는 본지 요청에 "삼성전자가 미국에 미친 파급력과 역사, 앞으로의 목표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라며 "연설문을 읽기 위해 잠시 멈추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상당한 영어 실력"이라고 말했다.


'실전' 강한 정의선…美 바이든과 50분 면담


이 부회장의 영어가 정석이라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실전'에 강하다. 그는 지난 22일 오전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현대차의 미국 공장 투자계획을 영어로 직접 발표했다. 당시 회담은 오전 11시부터 11시50분께까지 약 50분가량 진행됐다.


정 회장의 설명을 경청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해줘서 정말로 고맙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생큐(Thank you)"를 연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미국 동부에서 공부했다면 정 회장은 서부의 대표적 대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했다. 1995년 유학길에 올라 샌프란시스코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밟은 그는 2년 뒤인 1997년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일본 이토추상사의 뉴욕지사에서 1999년까지 일했다. 이 기간에 그는 경영계 실무진이 쓰는 영어에 숙달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떠나며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떠나며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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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의 연설 영상을 본 B 언론인은 "개인적으로 이 부회장보다 정 회장이 영어는 더 잘하는 것 같다"며 "억양이 가하거나 미국인 토박이 같은 영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지만 단어가 또박또박 정확히 들린다"라고 평가했다. 한 국내 대기업 소속 동시통역사도 "100% 원어민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매우 훌륭한 발음"이라며 "이 내용은 그대로 통번역대학원에서도 수업 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수준의 완성도"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평소 주변인과 회사 직원들에게도 '영어 실력을 갈고닦으라'고 조언해왔다. 지난해 일본 도쿄올림픽 당시 남자양궁 국가대표였던 김제덕 선수에게 "향후 장래를 위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사내에선 '글로벌 현대차'를 강조하며 중간 간부 대상 영어시험을 추진했을 정도다.


英 런던서 '독학'으로 영어 배운 손흥민


엘리트 교육을 받아온 다른 두 인물과 달리, 손 선수는 '맨땅에 헤딩'하듯이 영어를 배운 사례다. 사실 손 선수는 2015년 토트넘에 이적하며 처음 런던에 도착한 후에야 영어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독일 함부르크 유스에 입단한 뒤 프로축구에 데뷔했고 이후로도 독일 구단에서 뛰었다. 이 때문에 런던 생활 초기에는 어휘 사용도 한정적이고 발음에 독일 어투가 남아있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손흥민의 인터뷰. 당시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기초적인 어휘만 구사하는 모습.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2016년 손흥민의 인터뷰. 당시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기초적인 어휘만 구사하는 모습.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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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손 선수가 처음 토트넘에서 뛰던 2016년 당시 영국 매체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답변 도중 "음"이라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구사하는 어휘도 "happy(행복하다)", "good(좋다)", "very(매우)" 등 기초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손 선수의 영어 실력은 지난 7년간 일취월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뤄진 인터뷰에서는 동료 선수들에게 농담을 건네거나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는 등 자연스러운 회화 구사 능력을 보여줬다. 팬들 사이에서는 강한 에식스(Essex·잉글랜드의 동부 지방) 억양이 묻어나는 동료 해리 케인(29·토트넘) 선수보다 훨씬 알아듣기 쉬운 영어를 쓴다는 칭찬이 나오기도 했다. 2019년에는 토트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런던 노동자 계층의 은어(slang)를 소개하는 등 영어 지식을 뽐낸 바도 있다.


손 선수의 급성장한 영어 실력 배경에는 동료와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어 교육 유튜브 채널 '코리안 빌리'에 출연한 자리에서 "처음 잉글랜드에 왔을 때 사실 영어를 잘할 줄 몰랐다. 6개월 동안 레슨을 받기도 했지만 내게 최고의 영어 학습은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내가 잘못 말하더라도 선수들, 친구들은 어떻게 말하고 발음해야 하는지 알려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어를 포함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건 언제나 도움이 된다"라며 "제가 축구선수를 은퇴한 후에도 영어 실력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겠나. 또 (현지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에 존경을 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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