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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착화되는 엔저…실효환율에서 드러나는 일본의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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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25엔 되며 엔저 논란 가열…BIS 실효환율은 이미 1970년대 수준

고착화되는 엔저…실효환율에서 드러나는 일본의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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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달러·엔 환율이 지난달 28일 달러당 125엔을 기록, 엔화 가치가 2015년 이후 최저로 떨어지면서 일본에서 엔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엔저가 일본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기업에서는 에너지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매달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에서는 이미 엔화가 197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엔화의 구매력 약화, 곧 일본 경제의 쇠락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만 해도 달러당 115엔이었던 엔화는 1일 달러당 122엔에 거래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엔화도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엔화는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았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력이 쇠락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BIS가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이 엔화의 쇠락을 잘 보여준다. BIS가 발표한 일본의 2월 실질실효환율은 66.54를 기록했다.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1995년 4월 150.8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엔화 약세는 BOJ의 통화정책 방향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Fed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 행보에 나선 반면 BOJ는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 유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의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증, 지난해 12월부터 일본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도 엔 약세의 원인이다.


기업에서는 엔화 약세로 비용 부담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구로다 총재는 엔화 약세가 여전히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BOJ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엔화가 10% 하락하면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증가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 경제 구조의 변화로 엔화 약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과거에는 수출 증가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기업이 해외에서 버는 순이익이 증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로다 총재는 일본 경제 구조 변화에도 엔화 약세가 전반적으로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가 언급한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 즉 오프쇼어링은 일본 자국 경제에 많은 부담을 준다.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일자리가 줄고, 소득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선 최근 ‘오야가차(親ガチャ)’라는 은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일본 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오야는 부모를 뜻하고 가차는 장난감 뽑기 기계를 뜻한다. 우리말로 ‘부모 뽑기’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뽑기 기계에서 운이 좋아야 하듯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일할 기회가 줄고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이들의 푸념과 자조가 섞인 은어인 셈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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