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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끊이지 않는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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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의 최대주주 김만배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의 최대주주 김만배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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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부패 문제 권위자인 미국의 마이클 존스턴 콜게이트대 정치학 교수는 ‘부패의 신드롬’이라는 책에서 국가별 부패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눴다. 1단계는 ‘독재형 부패’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정치 후진국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했다. 2단계 ‘족벌형 부패’ 역시 후진국형 부패로 러시아, 필리핀 등이 포함됐다. 4단계는 ‘시장 로비형 부패’로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주로 선진국이 이에 속한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3단계인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 국가로 분류했다. 엘리트 카르텔형은 인맥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나타나는 형태라고 한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 대기업 임원과 언론인 등 이른바 엘리트들이 학연·지연으로 뭉쳐 권력 유지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서 부패 행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라고 정의했다.


3억원 남짓을 투자해 4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온나라를 뒤집어 놓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도 그들만의 인맥이 강하게 작용한 전형적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라 할 수 있다. 사건의 중심에 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성균관대를 나와 언론사에서 오랜 기간 법조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권력층과 인맥을 쌓았다. 최근까지 화천대유 대표를 맡았던 이성문 씨는 대학 동문인 김 씨의 제안으로 화천대유 대표에 취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 관계사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천화동인 1호’ 대표인 이한성 씨도 성균관대 출신이다. 대학동문 모임에서 김 씨를 알게 돼 2019년부터 화천대유 등기 이사로 합류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성남의뜰’ 대표 고재환 씨도 같은 대학 출신이다. 법대를 나온 고 씨는 화천대유 전 대표인 이성문 씨와 87학번 동기다. 화천대유에서 아들이 50억 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 의원직 사퇴를 밝힌 곽상도 의원도 성균관대 출신이다.


직원 수가 16명에 불과한 화천대유의 법률 고문단이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비롯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 초호화판으로 꾸려진 것도 대주주 김 씨의 인맥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화천대유로부터 매달 수천만원씩의 고문료를 받았다. 김씨는 이에 대해 "좋아하는 형님들을 멘토로 모신 것이고 대가성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좋아하는 형님’이라는 이유로 준 돈치고는 큰 액수이고 국민의 상식 수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해명이다.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등 엘리트들이 정파를 뛰어넘어 학연과 지연으로 부동산 카르텔을 맺고 막대한 이권을 챙긴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존스턴 교수가 언급한 전형적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인 셈이다.


한국에서 학연과 지연은 대부분 폐쇄적 정실주의로 흐른다. 정치판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사회적으로도 인맥의 형태를 띤 사적 관계가 먹이사슬의 한 고리를 형성하며 조직을 망치고,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존스턴 교수는 ‘엘리트 카르텔’ 지배를 가능케 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대한 정부, 비생산적인 국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법원과 정당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가 난무하는 이 시기 모두가 곱씹어 볼 말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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