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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공영개발 내세워 땅장사로 배 채워” 대장지구 입주민도 원주민도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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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싼값에 토지 수용 당해” 분통
입주민 “인프라 없는 난개발…고분양가에 사기당한 기분”

아파트와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인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지구 전경. (사진=류태민 기자)

아파트와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인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지구 전경. (사진=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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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류태민 기자·김형민 기자] “공익목적이라면서 싼 값에 토지수용 해가더니 비싼 값에 땅을 팔아먹었다니까 화가 나죠.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죠.”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동 원주민 김정운씨(가명·55))


“공영개발을 명분으로 내세워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지 못해 주민들이 그 부담을 다 떠안고 들어왔어요. 그런데 결국 모든 게 민간 사업자들에게 특혜로 돌아간 셈이니 완전히 사기를 당한 기분입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동 입주민 김진영(가명·45)씨)

추석 연휴가 끝난 23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경기 성남 판교 대장지구 일대는 아파트 단지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총 6000여가구가 들어서는 이곳은 아직 절반가량만 입주가 마무리 돼 분주한 모습이었다. 도로에는 돌과 흙을 실은 공사 차량들로 가득해 혼잡했다.


대장지구는 판교신도시에서 남쪽으로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올해 5월 ‘판교퍼스트힐푸르지오(529가구)’를 시작으로 총 3559가구가 입주를 완료했다. 나머지 단지들도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입주할 예정이다.


“싼값에 땅 수용해 비싼 값에 분양”… 주민들 분통

현장에서 만난 아파트 입주민들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공동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이 큰 분양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한 입주민은 “성남시가 공영개발을 한다고 했지만 정작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못해 그 부담을 입주민들이 전부 떠안았다”라면서 “사실상 우리(입주민)가 가진 돈을 민간 사업자들에게 빼앗긴 것 같아 사기 당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2018년 12월 분양된 ‘판교 더샵 포레스트’의 경우 분양가는 1평 당 2000만원 대로 책정됐다. 84㎡(전용면적) 평형이 보통 6억원 후반~7억원 중반대의 높은 가격에 공급된 셈이다. 또 다른 입주민 이모씨는 “입주민들이 더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는데 이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다”라며 “뜻이 맞는 입주민들과 함께 공식적으로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노하는 것은 기존에 대장동에 거주하던 원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원주민 김정운씨(가명·55)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시 시민들을 위한 공익목적의 주택을 건설한다고 해서 토지수용을 받아들였다”라며 “이렇게 지인들 특혜나 주고 땅장사로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함이었다면 끝까지 투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지구 입구 쪽에 위치한 용인 고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는 “당시 성남시가 공영개발을 내세워 싼 값에 토지를 수용한데다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분양가가 크게 올라갔다”면서 “여기에 ‘판교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최소 수천억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장지구 곳곳에는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의 난개발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사진=류태민 기자)

대장지구 곳곳에는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의 난개발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사진=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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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인프라에 “지자체·사업자 배불린 땅장사”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입주민 곽해선(43)씨는 “초등학교 바로 앞으로도 덤프트럭이 수시로 드나들어 도저히 안심하고 아이들을 등하교 시킬 수가 없다”면서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바뀌는 게 없어 어쩔 수 없이 매일 아이들을 데리러 오고 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입주가 시작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대장동 일대 주민들은 교통 인프라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곽씨는 “도로가 좁아 출퇴근 시간만 되면 교통지옥으로 변한다”라고 말했다.


대장지구 주거단지 중심부에 송전탑이 우뚝 솟아있다. 주민들의 항의에도 송전탑 지중화는 요지부동이다. (사진=류태민 기자)

대장지구 주거단지 중심부에 송전탑이 우뚝 솟아있다. 주민들의 항의에도 송전탑 지중화는 요지부동이다. (사진=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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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송전탑이 아파트 단지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탓에 입주민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인근에 거주 중인 성모(55)씨는 “수 천 명이 사는 주거단지인데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송전탑을 그대로 두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며 “아무리 성남시에 지중화 민원을 넣어도 전혀 해결될 기미가 안보인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단지 인근 도로에 송전탑 지중화 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한편 특혜 논란의 중심인 화천대유측은 24일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사업주체와 보상 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화천대유는 일부 언론이 제기된 ‘반토막 보상’과 관련,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실시됐다"면서 "산정된 보상액은 토지소유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산정된 보상액에 불만이 있을 경우 ‘수용재결-이의재결-행정소송’ 등의 구제절차를 거칠수 있고, 실제 이와 같은 구제절차를 거친 사람도 많이 있다는 것이 화천대유측 해명이다.


화천대유측은 또 대장동사업을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가 보상에 관한 모든 절차, 모든 보상금 집행, 모든 민원의 처리등을 전적으로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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