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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산책] 중력을 거슬러 흐르기도 하는…물의 시간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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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작가 첫 개인전 'Wet Crack'
젖고 스며들고 마르는 과정
물을 추상적으로 표현

복잡해져가는 세상에서
예술로나마 미니멀 추구

이지원 작가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Choi Contemporary Art(CCA) 갤러리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 'Wet Crack'을 열었다.

이지원 작가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Choi Contemporary Art(CCA) 갤러리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 'Wet Crack'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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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형형색색의 아크릴 물감이 물을 가득 먹었다. 물감은 이내 자신의 종착지인 화폭으로 뛰어든다. 3차원의 입체에서 2차원 평면으로의 도약. 비로소 자유로워진 물감은 펠트(천)로 된 화폭에 스며 제 마음대로 누빈다. 액체의 물성이 우아한 곡선을 만들고 아크릴 특유의 착색력은 선명하면서도 끈적한 느낌을 자아낸다. 펠트의 흡입력은 간혹 중력을 거슬러 흐르게도 한다. 물감은 그렇게 그림을 한가득 채우고선 관객에 말을 걸어온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Choi Contemporary Art(CCA)에서 신진작가 이지원(사진·30)의 첫 개인전 ‘Wet Crack’이 열리고 있다. 이지원은 아크릴 물감에 물을 섞어 이를 펠트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이지원은 "젖고 스며들고 마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면서 "제 작업에 있어 중요한 소재인 물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지원의 'Wet flow'와 'Wet Crack(아래)'

이지원의 'Wet flow'와 'Wet Crack(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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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물이 머물다 간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물이 액체 상태에서 증발하기까지의 과정은 펠트에 번진 아크릴 물감으로 시각화된다. 그의 작품 ‘wet flow’(2021)에서는 생명력 가득한 물이 흘러간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이 작품 바로 아래 걸린 ‘wet crack’(2021)에서는 말라 비틀어지고 갈라진 형상이 물의 소멸을 암시한다. 최지원 미술평론가는 "갈라진 틈은 언젠가 다른 물감으로 새롭게 채워질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다"면서 "부재와 결핍의 상징이 아닌 회복의 장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했다.


작가는 캔버스보다 펠트에 작업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펠트는 화선지처럼 얇은 두께에서 양탄자만큼 두꺼운 재질까지 다양하다. 보통 짐승털로 만들어지지만 부식성이 강해 최근엔 합성섬유로도 제작되고 있다. 이지원은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다 보니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찾는 도중 펠트를 접하게 됐다"면서 "물과 물감을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스폰지 같은 재질감과 포용력을 가진 재료라 생각해 큰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작가가 주로 작업하는 공간은 옥상이다. 이지원은 "겨울은 축축하고 젖은(wet) 느낌을, 여름은 마르고 갈라진(crack) 느낌을 표현하기 좋다"면서 "계절 변화에 따라 작품의 느낌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이지원의 'Orange'.

이지원의 '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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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은 자신만의 회화 기법을 닦으면서도 새롭고 실험적인 작업도 즐긴다. 그가 지난해 완성한 ‘Orange’는 그림에 물을 묻힌 신문지를 일정 시간 붙이고 떼어내는 방식으로 그렸다. 신문에서 그림으로 옮겨붙은 잉크 자국과 이미지들은 작가의 또 다른 사유방식을 드러내면서 추상성을 더한다.


작가는 앞으로도 예쁘기만 한 미술에서 벗어나 자신의 농밀한 철학을 담은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지원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색감의 추상작업을 하면 스스로 치유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면서 "복잡해져가는 세상에서 예술로나마 미니멀을 추구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철학적으로 단단해져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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