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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무연고사 리포트]"염조차 못한 채 화장처리 하는데 정말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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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마지막 배웅

김종덕 한독병원 장례식장 사무장 인터뷰

김종덕 한독병원 장례식장 사무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덕 한독병원 장례식장 사무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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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고형광 팀장, 유병돈 기자,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은 훼손 정도와 냄새가 심해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고인의 마지막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하지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시신을 만질 수조차 없죠."


17년 동안 다닌 회사에서 조사 업무를 담당했고 그만둔 뒤에는 관심이 있던 장례업계에 몸을 담았다. 20여년 전 경기 안양시의 한 장례식장에 입사했고 6개월 만에 사무장이 됐다. 그리고 그렇게 김종덕 한독병원 장례식장 사무장은 운명처럼 무연고 사망자와 마주하기 시작했다.

처음 대면한 무연고 사망자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다 숨진 이였다. 시신 훼손 정도는 심하지 않았지만 가족 없이 홀로 지내다 보니 옷가지와 몸에서 냄새가 났다. 김 사무장은 "‘역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억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훼손이 심한 무연고 사망자 시신의 경우 제대로 된 예를 갖추지 못한 채 시신 처리가 이뤄진다. 그는 "염도 하지 못한 채 관에 모셔서 화장처리를 하는데 정말 안타깝다. 얼마나 안타까워"라고 했다.


그는 가족 손길 한 번 없이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이 화장되는 상황에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중 3년 전 시신 인수를 포기하려던 가족을 설득해 마지막을 함께 하게 해준 경험은 여전히 생생하다. 무연고 상태로 사망한 이는 80대 남성이었고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은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사망자의 막내딸이 인수를 포기한다는 서명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인수를 포기하면 무연고자로 분류가 되고 화장 후 유골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설득했다. 지자체로부터 화장 비용 지원을 받도록 안내했고 결국 막내딸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었다. 명절이나 제사 때가 되면 고마움을 표하는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가 온다고 한다.


다만 이렇게 가족을 찾는 무연고 시신은 드물다. 대부분은 가족과 연락이 끝내 닿지 않거나 시신 인수를 거부한다. 하지만 시신 포기 서명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김 사무장은 "사인을 받으려고 부산이나 인천까지 다녔다"면서 "문을 안 열어주거나 ‘그런 사람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사망자에게 빚이 있어 떠맡거나 얽히기 싫어 이렇게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수를 거부하다 사망자에게 재산이 남아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태도를 바꾼다. 고철 등을 수집하며 생활하던 무연고자가 사망했고 형제들을 찾아갔으나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아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답이 왔다. 그런데 사망자 통장에 3000만원이 넘는 예금이 들어있고 전세 보증금까지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도 진행했다고 한다. 김 사무장은 "죽어도 돈을 갖고 있어야 온전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그간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 처리만 하다 경기 수원시가 공영장례제도를 도입해 존엄성을 갖출 수 있게 되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장례식장에 남아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을 보살피겠다"고 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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