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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변화의 기로에 선 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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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지난 14일, 국내 1위 가구 인테리어 업체 한샘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82) 명예회장이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한 30.21%의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인 I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샘의 주식은 전일 대비 무려 25%가 오른 1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에게 주가 급등의 이유를 물으니 남양유업 사례를 들었다. 대리점 갑질횡포, 코로나 바이러스 저감효과 엉터리 광고 등으로 불매운동까지 일어났지만, 홍원식 회장의 사퇴로 오너 리스크 해소, 경영쇄신의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는 것이다.

한샘 역시 사모펀드가 들어가면서 비상식적인 조직문화가 개선되고, 경영의 효율성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어 주식시장에서는 호재로 읽힌다는 해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샘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짚어보면, 시장의 이런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2017년 사내 성폭행 사건을 은폐하려다 피해 여성직원의 폭로로 알려지며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2018년에는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올해 초에는 비자금 조성과 부정청탁 의혹으로 경찰 수사도 진행됐다.


이번 매각 과정도 매끄럽지는 않다. 지분 매각설이 보도된 다음날, 한샘제조본부노동조합은 "50년간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우리는 가족이고 한샘은 하나의 구성원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결정은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경영진을 규탄한다"면서 매각 반대 성명을 냈다.

반대 이유는 사측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직원들에 대한 협의나 보상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샘은 올해 핵심성과지표(KPI)를 개편하면서 인사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직원도 연봉인상률을 하향 조정했다.


밖으로는 2020년 매출 2조원 돌파를 홍보하며, 정작 그 성과를 일군 직원들에 대한 보상에는 인색하니, 제 아무리 경영권 승계가 마땅찮고 사회공헌활동에 매진하고자 내린 결정이라 한들, 경영진을 고운 시선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 기업의 조직문화, 내부 상황이 활발히 공유되고 평점까지 가차 없이 매겨지는 요즘이다. 업계 관계자도 '비상식적 조직문화'라고까지 표현한 강압적, 성과지상주의 분위기, 잦은 내부 비리, 그리고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전현직 직원들이 남긴 자조적 별칭 '빡쎔'이나 '밤샘' 등을 볼 때 기업 이미지가 가히 긍정적이지는 않다.


강승수 한샘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스마트홈 중심으로 2027년까지 연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인 1990년대부터 주창한 '글로벌'이지만 중국과 일본 법인의 누적손실이 1000억원 규모로, 아직 갈 길이 멀다.


1등업체인만큼 업계와 소비자들의 눈길이 집중되고, 변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경영의 전환점을 맞아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겠지만, 합리적인 보상체계와 조직문화 혁신으로 직원들이 일할 맛 나는 일터가 되는 것이 이 장대한 비전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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