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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인터넷 실명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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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인터넷 실명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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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확인제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의 익명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이 문장은 헌법재판소가 2012년 8월 당시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고 있던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위헌결정과 함께 내린 결론이다.


여기서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해 게시판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07년에 도입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소위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됐는데, 헌재의 위헌결정을 받기 전까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기제로 기능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헌재는 2021년 1월에도 인터넷 언론사가 선거운동 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등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는 기술적 조치를 하도록 정한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확인제에도 동일한 논리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자유로운’ 표명과 전파의 자유에는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 표현’의 자유도 포함된다. 그런데 본인확인제와 실명확인제는 게시판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게시판 운영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었다.


또한 본인확인제와 실명확인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인터넷 언론사에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실명확인정보를 수집해 보관할 의무를 지우고 있었는데, 본인·실명확인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로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본인확인제와 실명확인제는 불필요하게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게 함으로써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 인터넷 실명제가 최근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입법 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인터넷 실명제의 부활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에게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 확인을 강제하고, 분쟁 발생 시 소비자에게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신원정보가 사실과 다른 때에는 연대책임을 지우고 있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개인판매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개인판매자와 연대해 배상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결국 모든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한 뒤 수집·보관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인판매자는 자신의 신원정보를 사업자에게 제공해야만 비로소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의무부과와 연대책임 조항은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인터넷 실명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추구하는 소비자의 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도 이에 못지않은 매우 중요한 공익이자 헌법적 가치이다. 어느 한 쪽의 공익이나 가치만 일방적으로 추구하면 그에 못지않은 다른 공익이나 가치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 관련 규제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은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충돌하는 공익과 가치들 간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규제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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