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비덴트 통해 빗썸 지분 취득 협상중
가능성 높았던 NXC와는 사실상 협상 불발
단독[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법인명 빗썸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JP모건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계열도 빗썸 지분 취득을 위한 협상(딜)을 벌이고 있어 '빗썸 매각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넥슨 지주사 NXC와의 거래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19일 IB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비덴트 를 통해 빗썸 지분 취득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덴트 는 빗썸의 운영사 빗썸코리아 지분 10.3%를 보유하고 있으며, 빗썸코리아의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 지분 34.24%까지 보유해 현재 빗썸 지분구조상 단일 최대주주다.
빗썸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모건스탠리가 과거 빗썸 인수전에 참여했던 인수·합병(M&A)의 큰 손 A씨(엔터테인먼트 회사 회장)를 통해 빗썸 인수 딜에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빗썸 매각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모건스탠리가 비덴트 를 통한 이유는 비덴트 가 빗썸홀딩스를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각협상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빗썸홀딩스 주식을 매각이나 양도시 비덴트 의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
모건스탠리의 인수 의지는 상당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3000~5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빗썸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 운용 자산만 4조달러(약 452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IB 모건스탠리는 예전부터 비트코인을 제도권 자산으로 인식하는 스탠스를 취해왔다. 월스트리트(월가) 최초로 비트코인 펀드 투자 길도 열었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1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모건스탠리가 대형은행 중 처음으로 자산운용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며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펀드 세 개를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이같은 조치는 월가에서 처음 있는 일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 받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도 최근에 "모건스탠리 산하 자산운용사인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비트코인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NXC는 사실상 인수전에서 불리한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주 NXC 대표가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협상은 지지부진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앞다퉈 빗썸에 '러브콜'을 보내자 매각 협상의 판도가 바뀌었고 NXC가 요구하는 거래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빗썸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넥슨 측에서 해킹 이슈, 법률 문제, 수익성 악화 문제 발생시 피해를 빗썸에 전가한다는 조항을 내걸었고 빗썸이 이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거래는 물 건너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빗썸 인수전에 러브콜을 보내는 곳은 모건스탠리를 포함해 8곳에 달한다. 시장은 빗썸의 기업가치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한다. 2019년 영업이익 규모는 481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월에만 약 2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최근 일평균 거래액 규모는 최근 5조~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의 2월 평균 일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수는 50만~70만명 규모로 PC 이용자를 더하면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매각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은 1500만원선에서 거래됐다. 매각 대상이 된 당시 지분 65%의 매각가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고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7000억~8000억원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질 거란 관측도 나왔다. 그 사이 비트코인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지난 14일에는 7100만원을 돌파하면서 시장에서는 빗썸의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미국 1위의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추정 시가총액은 100조원 수준이다. 미국 기술주 급락에도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는 점을 들어 갈수록 기업가치가 커지면서 100조원까지 달한 것. 코인베이스의 추정 기업가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2조원까지 치솟은 것을 감안하면 빗썸 역시 두나무에 준하는 가치평가를 받을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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