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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만져도 옷 안 벗겨서 성폭력 아냐" 인도 법원 판결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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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인도 뉴델리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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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인도 법원이 여자 어린이를 추행한 남성에 대해 '옷을 벗기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지난 26일(현지시간)에 12세 소녀를 상대로 몸을 더듬는 등의 행위를 저지른 남성에 대해 인도 뭄바이 고등법원에서 성폭력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인도 뭄바이 고등법원 푸슈파 가네디왈라 판사는 지난 19일 39살의 남성이 12세 소녀의 가슴을 더듬은 성폭력 혐의에 대해 옷을 벗기지 않았기 때문에 3∼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당시 판사는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증거나 심각한 혐의가 요구된다"라고 밝혔고, 재판부는 성폭력 대신 성희롱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16년 12월 구아바를 준다며 여자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후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속옷을 벗기려 한 혐의로 하급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여성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인도 뉴델리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 사진=연합뉴스

여성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인도 뉴델리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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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2년 제정된 인도의 법률은 직접 피부 접촉이 이뤄져야만 성폭력 범죄로 규정된다고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에, 이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판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인도 대법원의 카루나 눈디 대법관은 "법에 완전히 반하는 판결"이라고 비난하며 "가네디왈라 판사는 기본권에 대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 같은 판결은 소녀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처벌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인도의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비영리 사회연구센터의 란자나 쿠마리 소장은 이 판결에 대해 "부끄럽고, 터무니없고, 충격적이며, 사법적 신중함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비난했다.


앞서 2012년 인도 뉴델리에서 한 여대생이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이후 인도 정부는 엄격한 성범죄방지법을 제정했고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현지 여성운동가와 외신들은 이후로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 관련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인도에서는 하루 평균 87건(총 3만4000건)의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16분에 한 번꼴로 성폭력 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2018년에 비해 7% 이상 증가한 수치로, 신고되지 않은 사건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인도 내무부가 발표한 연례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 중 85% 이상이 기소되었고 그중 27%만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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