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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참상 폭로한 '中 반역자'의 양심고백…"상식·객관성 없는 사회가 사람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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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의료진이 후베이성 우한의 진인탄 병원에 배치돼 업무에 투입된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의료진이 후베이성 우한의 진인탄 병원에 배치돼 업무에 투입된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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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에서 최초로 발생해 현재까지 전세계를 팬데믹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상식, 객관성, 정확성이 결여된 사회가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며 양심 고백한 중국 작가가 있다.


지난 11월 24일 영국 BBC방송은 '올해의 여성 100인'에 우한일기(武漢日記)를 발표한 중국 작가 팡팡(方方, 본명 왕팡)을 선정했다.

'중국의 신사실주의 대표작가'로 불리는 팡팡은 코로나19로 우한이 봉쇄되자, 봉쇄 사흘째부터 우한의 참상과 중국 정부의 진실 은폐 및 왜곡, 관리들의 안일한 대응과 시민들의 절규 등을 매일 낱낱이 기록해 자신의 SNS에 올렸다. 62일 만에 우한 봉쇄가 풀린 지난 3월 24일까지 총 60건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거리가 지난 3월 10일 텅 비어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우한시를 방문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거리가 지난 3월 10일 텅 비어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우한시를 방문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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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는 팡팡이 쓴 이 기록들을 모두 엮어 출판한 단행본이다. 15개국에서 출간되었으나 예상대로 중국에서는 세상 빛 조차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가 조유리의 번역으로 펴냈다.


실시간으로 우한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낸 팡팡의 글은 중국 내부는 물론 세계 각국에도 충격을 줬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검열에 나서 그의 글을 차단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이에 맞서 그의 원문을 댓글로 이어 완성하는 '댓글 릴레이'를 벌이는 등 진풍경이 이어졌다.

팡팡의 기록이 가치 있는 것은 그녀가 목숨을 걸고 당국자들의 책임을 일관되게 추궁했다는 것과 당국의 서슬퍼런 탄압과 친정부 지지자들의 매서운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알렸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상식이 사라진 사회, 정부와 권력자들이 거짓과 선동을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인류의 비극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식이 부족하고 객관성과 정확성이 결여된 사회는 말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심지어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고 뼈 있는 비판을 내놓았다.


팡팡 [사진 글로벌타임스. 재판매 및 DB 금지][이미지출처 = 연합뉴스]

팡팡 [사진 글로벌타임스. 재판매 및 DB 금지][이미지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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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은 중국 정부가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우한의 참상을 생중계하는 동시에 정부의 거짓말로 피해를 본 민초들의 삶에도 집중했다. 부모가 모두 격리되자 집에서 굶어 죽은 뇌성마비 아이,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 장례도 못 치른 채 비닐에 쌓여 화물트럭에 실려 나가는 수많은 시신 등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현실'을 전한 것이다.


당시 중국 당국은 최대 명절인 춘절 분위기를 망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며 지난해 12월 발생한 코로나19을 제대로 알리거나 대응하지 않았다. 사태 초기 전염성과 증상이 심각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자국민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그대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엄청난 수의 중국인이 한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로 쏟아져 나와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뒤늦게 방역에 나선 중국 당국은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를 통째로 완전 봉쇄했고 시민들은 집에 갇힌 채 공포에 떨었다.


같은 시기 중국의 '양심' 의사 리원량은 "코로나19는 사람 간에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던 중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가 탄압을 받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리 씨 외에도 팡팡과 심지어 팡팡의 '우한일기'를 지지한 학자들까지 탄압했다. '우한 일기'를 지지한 학자들은 당국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고초를 겪었으며 팡팡도 고발당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여전히 이들의 양심을 지지하는 '용기'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중국 문호 옌롄커는 지난 3월 대산문화로 기고문을 보내며 코로나19가 아니라 언론과 민심을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을 비판하고 팡팡과 리원량을 적극 옹호했다. '우한 일기'에 대해서도 "땅바닥에 쓰러진 작가와 문학의 얼굴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팡팡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훈은 "정부는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않고, 감염병이 돌고 있다는 말을 통제했다. 이 코로나19의 지옥은 '거짓말'에서 비롯됐다고 팡팡은 결론지었다"라며 추천사를 적었다.




최은영 인턴기자 cey12148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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