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0%대 금리에 은행권 정기예금 시들…LCR '빨간불'

최종수정 2020.12.04 10:58 기사입력 2020.12.04 10:58

댓글쓰기

5대은행 LCR, 농협 제외 모두 100% 아래
은행권 자금을 따로 조달해야 하는 부담
폭증하는 대출과 달리 0%대 금리 적용되는 정기예금은 외면 중

0%대 금리에 은행권 정기예금 시들…LCR '빨간불'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폭증하는 대출과 달리 0%대 금리가 적용되는 정기예금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은행권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사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LCR은 은행의 충격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낮아질 수록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은행권 LCR은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은행의 평균 LCR은 94%를 기록했다. 5대 은행 모두 전분기보다 LCR이 작게는 2.49%포인트, 많게는 8.08% 낮아졌다. 특히 농협(100.21%)을 제외하고 국민(91.5%), 신한(92.6%), 우리(93.5%), 하나(95.6%) 등은 금융당국이 정하고 있는 최소 의무보유비율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금융위기 등이 왔을 때 일시적으로 거액이 빠져나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LCR 최저한도를 100%로 규제하고 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은행권의 적극적인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LCR 최저 수준을 내년 3월까지 85%로 낮췄지만, 3월 이후에는 은행들은 자금을 따로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LCR의 하락 원인으로는 정기예금 감소가 꼽힌다. 5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9조8841억원으로 지난 10월 말 640조7256억원 대비 8415억원 줄었다. 올해 1월 647조3449억원과 비교해도 7조4607억원 감소한 것으로 고객들이 은행권 정기예금 상품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쥐꼬리 이자에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 감소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쥐꼬리' 이자 영향이 크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은행 적용 정기예금 금리는 12개월 기준 0.45~0.90% 수준으로 1%에 채 미치지 못한다. 1년에 1000만원을 예치하면 손에 쥐는 이자는 평균 6~7만원 정도로 15.4% 세금까지 떼면 연 5만원 수준에 그친다는 얘기다. 우대금리까지 적용하면 0.90~1.20%까지 올라가지만,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채우거나 공과금ㆍ관리비 자동이체 설정 등 은행별로 요구하고 있는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받을 수 있어 쉽지 않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은행권 예금금리는 1.5% 수준이었지만 저금리 기조에 은행권이 앞다퉈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고객들은 은행 정기예금을 외면하게 된 것이다.


5대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이 11월 말 기준 566조1113억원으로 10월 보다 16조3830억원 늘었고 연초 대비로는 111조8347억원 증가한 것만 봐도 고객들이 '티클' 이자를 받고 1년 이상 돈을 묶어놔야 하는 정기예금보다 금리는 포기하더라도 언제든 자유롭게 돈을 빼서 고수익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예구불예금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신용대출을 받아 요구불통장에 잠시 자금을 대기시킨 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정기예금 감소와 요구불예금 증가의 배경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매월 급증한 대출과는 달리 '제자리걸음'이거나 감소하는 정기예금 때문에 LCR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유동성이 부족할 때 정기예금을 특판형식으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국채나 통안채 등 시장성이 높은 곳에 자금을 운용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