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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구급차 막아선 택시, 우리의 시민의식

최종수정 2020.09.22 18:09 기사입력 2020.09.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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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ㆍ방재연구센터 부연구위원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ㆍ방재연구센터 부연구위원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니까!"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흥분한 주인공의 대사가 아니다. 도로 한복판에서 구급차를 막아 세운 한 30대 남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6월 8일 오후 3시께, 사이렌을 켠 채 응급실로 향하던 사설 구급차가 차선을 변경하던 중 개인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구급차 기사는 응급환자가 타고 있으니 병원 이송 후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얘기했지만, 택시기사는 사건을 먼저 처리하겠다며 구급차를 막고 서서 10분 가까이 버텼다. 결국 병원 도착 후 5시간도 채 안 돼 환자는 사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약 73만6000명이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에 동참할만큼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사건이었다.


택시기사는 업무방해ㆍ특수폭행ㆍ보험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2017년7월에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가 경적을 길게 울렸다는 이유만으로 한 운전자가 고의로 구급차 앞을 막았고, 2015년1월에는 네 살배기 뇌병변 아동을 태운 사설 구급차가 급정거 한 승용차와 접촉사고가 나자 사고를 수습하고 가라며 10분 동안 차를 막아선 채 실랑이를 벌이는 사건도 있었다.

일반차량에게는 긴급자동차를 양보할 '책임'이 있다. 사설 구급차 또한 예외가 아니다. 도로교통법 제 29조에 따르면 '긴급자동차'에 속하는 소방차ㆍ경찰차ㆍ구급차(사설 구급차 포함)는 긴급상황 때 신호ㆍ속도위반이 가능하다. 또한 29조 4항과 5항에 따르면 모든 차량의 운전자들은 긴급자동차 접근 시, 교차로를 피하여 일시정지 해야 하며 긴급자동차가 접근한 경우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미국ㆍ호주ㆍ일본ㆍ독일 등 국가들 또한 마찬가지로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을 위해 과속주행, 신호ㆍ차로위반, 긴급자동차 접근 시 일반차량의 정지 의무를 법률로 제정해놓았다. 해외에서 '길 터주기, 길 비켜주기'는 양보가 아닌 당연한 의무다. 독일의 경우 1982년 비상차로 개념이 법으로 제정되면서 긴급자동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올 때 일반 차량들은 좌우 대각선 방향으로 차를 이동해야 한다. 긴급자동차가 진로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한국 돈으로 3만원 정도의 벌금을 문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벌금과는 상관없이 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동참한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19년 전국 200여 곳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이렌이 울리고 화재 출동 중이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길을 터주거나 비켜주는 차량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차 여러 대가 소방차 앞을 재빠르게 가로질러갔다. 결국 정체 구간에 들어서자 다른 차량들에 갇혀 움직이지 못했고, 꿈쩍 않는 차들을 피해 중앙선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남이 걸린 암보다 내가 걸린 감기가 더 아프다"는 말처럼 뒤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보다 내가 가야 할 길이 더 바쁠 수 있다. 우리 모두 그렇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언젠가 구급차에 타고 있는 저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 또는 친구 혹은 내 자신이 될 지. 나의 30초가 누군가의 생명을 30년 연장할 수도, 중단시킬 수도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찌 보면 선진국이란, 국가의 발달 여부가 아닌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모인 국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간이 갈수록 사랑이 식어지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조금은 타인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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