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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말도 꺼내지 마라" 안산 시민들 '조두순 사건' 분노 여전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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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12월13일 출소 임박…안산 거주 희망
안산 시민들 "말도 안된다", "끔찍한 기억" 분통
안산시장, 보호수용법 입법 요청 등 대응 마련
전문가 "시민들 불안 당연…조두순 '반성' 의문"

경기도 안산 다문화거리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14일 오후 안산역 일대서 만난 주민들은 조두순 출소에 대해 "말도 꺼내지 말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기도 안산 다문화거리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14일 오후 안산역 일대서 만난 주민들은 조두순 출소에 대해 "말도 꺼내지 말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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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조두순 말도 꺼내지마라 속 뒤집힌다." "진짜 안산으로 옵니까?"


14일 오후 안산 OO동 앞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출소를 앞둔 조두순에 "너무 끔찍했던 일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다른 40대 회사원은 "조두순이 안산으로 오고 싶다는데,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은 지난 7월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사들과의 면담에서 "죄를 뉘우치고 있다. 출소하면 원래 살던 안산으로 돌아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말이 알려지면서 안산 시민들은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안산역 일대와 인근에 있는 OO동에서 만난 시민들은 입을 모아 조두순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사실상 '조두순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로 볼 수 있는 수준의 울분이었다.


역 인근에서 십수 년째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60대 남성은 "조두순이 그 나쁜 짓을 벌였을 때, 동네가 말도 아니였다"라면서 "지금도 조두순 얘기를 꺼내면 속이 뒤집힌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 새X가 다시 안산으로 오고 싶다는데, 여기 사람들은 단 한명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두순 말도 꺼내지 마라" 안산 시민들 '조두순 사건' 분노 여전 [르포] 원본보기 아이콘


안산역 인근에 있는 다문화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한목소리로 조두순이 안산으로 오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40대 상인은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피해자를 생각해서라도 이곳에 오면 안 되지 않느냐"면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여기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조두순은 끝까지 나쁜 놈이다. 자기 생각 밖에 안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거리에서 만난 한 50대 택시 기사 박 모 씨 역시 "진짜 안산으로 올 수 있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범죄를 저지른 장소에 다시 오는 것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고 지적했다. 이어 "죄를 뉘우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말을 누구 믿나"고 비판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아동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으면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 인근에서 만난 학부모들이나 중장년층은 조두순이 다시 안산으로 올 수도 있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두순이 직접적인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지역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쾌감과 당혹감을 드러냈다.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조두순 얘기에 아예 치를 떨었다. 한 마트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조두순 말 꺼내는 것조차 기분이 나쁘다"라면서 "특히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이 길에서 예전 사건을 떠올리니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관리를 받아도 조두순이 이곳을 지나갈 수 있지 않나, 그럼 초등학생을 자기 눈으로 볼 것 아닌가"라면서 "그게 문제다.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범행이다"라고 지적했다.


안산 OO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폐쇄회로(CC)TV.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안산 OO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폐쇄회로(CC)TV.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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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이 안산으로 올 수도 있다는 소식에 주택 등을 알아보는 시민들은 방범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등 주택 거래 매매 방식에서도 조두순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OO동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40대 박 모 씨는 "최근 조두순이 안산으로 올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래 매매 손님들 사이에서 부쩍 방범이나 안전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서 "집 주변에 CCTV는 몇 개가 있는지, 골목길은 으슥한지 등을 많이 묻는다"고 설명했다.


안산 시민들의 불안함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은 순찰을 강화하는 등 주민 불편 최소화에 나섰다. 한 경찰 관계자는 "비상벨, 폐쇄회로(CC)TV 집중 점검, 초등학교 순찰의 경우 '학교전담 경찰관'이 있지만, 추가로 학교 내부는 물론 인근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지역을 떠나겠다는 식의 현실적인 대응으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두순이 오면 안산을 떠나겠다, 불안해서 어떻게 사느냐라는 내용의 전화가 3600통 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산소식이라는 페이스북(페이지)에서는 3800건에 달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전화가 오면 민원 콜센터에서 조두순 집이 어디냐, 방범용 CCTV는 어디에 설치돼 있느냐는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와 그리고 우리 시민이 걱정하는 건 조두순이 또 범죄를 저지를 때 이것을 예방하지 못할까 봐다. 조두순이 피해자가 살고 있는 곳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공포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3월16일 오후 경북 청송교도소 보안과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CCTV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

지난 2010년 3월16일 오후 경북 청송교도소 보안과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CCTV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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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 시장은 법무부에 보호수용법 입법을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냈다. 보호수용법은 아동 성폭행범, 상습성폭력범,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을 형기 후에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해 별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 시장은 "(조두순이) 저지른 죄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안산시는 2014년 9월3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했던 보호수용법 제정이 현시점에서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안산시는 조두순 출소 전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 외에는 실질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다"라며 "현재 많은 시민이 겪고 있는 큰 불안은 장관 의지에 따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는 조두순이 안산으로 올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두순이 교도소에서 '몸을 만들겠다' 식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나, 그가 반성한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 등으로 시민들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정부에서 조두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하는데, 혹시 모를 범죄 가능성에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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