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위기' 인식 확산
생보사 1~5월 보험료 수입 3.5%↑
생명보험 해약 건수도 감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던 보험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보험료 수입이 늘어나는 '코로나의 역설'을 맞았다. 코로나19가 국내로 전파된 이후 건강에 대한 위기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보험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1~5월 국내 생명보험사의 누적 보험료 수입은 32조58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조4444억원 보다 3.5% 증가한 규모다.
보험에 가입한 지 1년 이하인 초년도 보험료 수입이 크게 늘었다. 1월 1조3980억원을 기록한 초년도 보험료는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3월 들어서 5조원을 넘어섰고, 지난 5월에는 8조737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조9196억원과 비해서 26.2%나 급증한 것이다. 반면 가입 2년차 이상의 보험료 수입은 23조8434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6814억원(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의 해약도 감소했다. 1~5월 생명보험 해약 건수는 지난해 236만8786건에서, 올해 236만4563건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손해보험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손해보험사가 고객으로 부터 받은 원수보험료는 22조1174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5745억원) 대비 7.4%나 늘어났다. 1월 자동차 보험료 인상분(3~4%)을 뛰어넘는 규모다.
3~4월 건강보험·변액보험 검색량 급등
새로운 보험이 나오면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다시 가입하는 '보험 리모델링'이 최근들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코로나 시기 동안 보험료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보험료 수입 증가의 원인으로는 생명보험 시장이 보장성 보험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는 대신 보장성 보험으로 눈을 돌려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섰고, 건강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또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출렁이자 변액보험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개인보험 소비자 수요 변화'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3월과 4월에 건강보험과 변액보험에 대한 검색량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염병의 확산은 개인의 건강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시기 건강보험에 대한 검색량 증가는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험료 수입 증가는 상반기 동안 '반짝 호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생보사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보장성 보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기존에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던 손해보험사들과 파이 나눠먹기로 전락할 수 있다"며 "코로나 기간 동안 보험료 수입이 증가했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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