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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바보야, 문제는 규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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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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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들은 취임하면 늘 하는 소리가 있다. 규제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약속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규제 전봇대를 뽑아야 한다고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야 한다면서 7시간이 넘는 끝장토론을 주관하기도 했다. 성과는 별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7년 1월20일 취임 첫날 비서실장을 통해 긴급하거나 국가안보와 관련한 문제 등을 제외하고 행정기관의 장이 새로 임명될 때까지 신규 규제 도입 및 심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하면서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과연 이 전쟁에서 이겼던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한국인, 미국인이 구별 없이 호오(好惡)가 극과 극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규제 철폐 실적은 평가해야 한다. 취임 초부터 신규 규제로 인한 총규제비용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 제13771호를 발동했다. 규제 1개 신설 시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는 이른바 '투포원 룰(two-for-one rule)'을 강력히 시행했다. 그 결과 집권 3년 동안 신설규제 1개당 기존규제 7.6개를 폐지해 당초 목표를 3배 이상 초과달성했다. 2016년부터 입법 추진 중이던 규제 중 635건은 철회됐고, 700건은 장기 검토 과제로, 244건은 검토가 보류됐다(2018 대통령 경제보고서: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2017년 말 세법을 개정해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크게 인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8년 12월16일 조세경제정책연구원(ITEP)이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미국 400여개 대기업의 연방 법인세 실효세율이 11.3%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1984년 이 분석을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대기업이 각종 공제와 세금 우대 등 감면 혜택을 활용해 실제로 내는 세금인 실효세율은 법정세율의 절반 수준이라는 뜻이다.

한국은 어떤가. 무소불위 거대 여당의 비호를 받는 현 한국 정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주택 정책에서 보듯이 거대한 힘을 규제 만들기에 올인한다. 매사가 그런 식이다. 미국과는 반대로 2018년부터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인상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상법 개정을 통해 규제만 양산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플랫폼 분야의 갑을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구글ㆍ아마존 같은 혁신 기업이 나오지 못하게 철저히 막겠다는 반역사적ㆍ반기업적 선언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유통업이 최고인데 여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 규제 법안만 20여개이다. 데이터 서비스 산업 자체를 규제하면서 4차 산업을 촉진한다니 소가 웃겠다.


실제로 2017~2019년 3년간 정부 입법을 통해 신설ㆍ강화된 규제는 총 3151건이었다. 이 중 예비심사에서 중요 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친 경우는 3.5%인 110건뿐이고, 96.5%는 비중요 규제로 분류되어 본심사조차 받지 않았다. 110건 중 철회권고를 받은 경우는 고작 0.3%, 10건뿐이었다. 아주 고약한 것은 국회의 심의가 필요 없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상의 규제인데 이것이 84.4%에 이른다(전경련 유정주 팀장ㆍ고용이 차장). 또한 한국은 비용 측면에서 2016년부터 규제비용관리제를 도입ㆍ시행 중이지만 그간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해오던 등록규제 수 발표를 2015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중단하고 부처별ㆍ법령 조문별 조회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규제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상은 개혁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규제개혁은 양과 질 모두를 관리해야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등록규제 수와 함께 신설ㆍ강화, 폐지ㆍ완화 규제 수와 내용을 비교해 공개하는 등 수량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뉴딜이냐 올드딜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 정부 탓,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 그만 하고 규제를 확실하게 없애면 된다. 그러면 시장이 알아서 움직인다.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의 말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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