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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집적도 1000배 향상 원리 국내 연구팀이 찾았다(종합)

최종수정 2020.07.03 14:21 기사입력 2020.07.0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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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UNIST 교수팀, '사이언스'에 게재
상용화되면 초집적·초절전 인공지능 반도체도 구현 가능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손톱만한 크기에 고화질(HD)급 영화 수만 편을 저장할 수 있는 고집적 반도체를 구현할 이론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반도체 공정에 널리 쓰이는 소재를 활용해 산소 원자 4개에 1비트(bit)의 정보를 저장해 손톱 크기에 500Tb(테라비트, 약 62테라바이트ㆍTB)를 저장하는 이론상 한계치를 제시한 것이다.


TB는 기억 용량을 나타내는 정보량의 단위로, 1TB는 1024GB(기가바이트)에 해당하며 대략 HD급 영화 250편을 저장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1비트를 원자 간 간격 정도인 0.5㎚(나노미트)에 저장, 반도체 집적도를 현재보다 1000배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상용화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집적도 1000배 향상 원리 국내 연구팀이 찾았다(종합)

과학기술부와 삼성전자는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순수 이론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연구팀 단독 교신으로 진행한 이 연구가 이론적 엄밀성 및 독창성, 산업적 파급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간 반도체 업계는 소자의 성능을 향상시키려고 미세화를 통해 단위 면적당 집적도를 높여 왔다. 그러나 데이터 저장을 위해서는 탄성으로 연결된 수천 개의 원자집단인 '도메인'이 반드시 필요해 일정 수준 이하로 크기를 줄일 수 없었다. 반도체 소자가 한계 수준 이하로 작아지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스케일링(Scaling)'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스케일링 현상이 발생하면 반도체의 기본 작동 원리인 0과 1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현재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전압 전극물질로 사용되는 산화하프늄(HfO2)에 전압을 걸면 원자 간 스프링처럼 연결된 탄성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했다. 이어 이를 메모리 반도체에 적용해 집적도를 1000배 향상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원자 간 상호작용이 특정 조건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소위 '평평한 에너지띠(flat energy band)'라는 물리학 이론으로 예측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이 산화하프늄에 전압을 걸면 실제 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전압을 건 산화하프늄에는 탄성작용이 사라져 산소 원자 4개 한 묶음에 데이터(1비트)를 저장하거나 개별 제어할 수 있어 도메인이 필요없어지게 된다. 산소 원자 4개가 위쪽으로 움직이면 '0', 아래쪽으로 움직이면 '1'이 되는 방식이다. 이는 전기를 끊어도 그대로 유지돼 비휘발성 메모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반도체 집적도 1000배 향상 원리 국내 연구팀이 찾았다(종합)

반도체 집적도 1000배 향상 원리 국내 연구팀이 찾았다(종합)


후속연구에서 이 현상을 적용해 실증화ㆍ상용화를 이뤄낸다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전망이다. 현재 10㎚ 수준에 멈춰 있는 반도체 공정을 0.5㎚까지 미세화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원자에 직접 정보를 저장이 가능하고, 기존 메모리 소재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작은 반도체뿐 아니라 초집적ㆍ초절전 인공지능 반도체 구현도 가능할 것으로 학계와 반도체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특히 산화하프늄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서 이미 흔하게 사용되는 물질이어서 상업화 적용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반도체에 적용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기업들과 후속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연구는 향후 초집적 반도체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현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집적저장 기술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지원도 받아 수행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589개 과제에 연구비 7589억원을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CSR 비전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 아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스마트공장, C랩 아웃사이드, 협력회사 상생펀드 등 상생 활동과 청소년 교육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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