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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상처는 독한 술로 소독하면 된다?

최종수정 2020.04.24 06:30 기사입력 2020.04.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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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부상을 당하면 술로 소독을 하고 그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술은 정말로 소독의 효과가 있을까요? [사진=영화 '존윅' 스크린샷]

영화에서는 부상을 당하면 술로 소독을 하고 그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술은 정말로 소독의 효과가 있을까요? [사진=영화 '존윅' 스크린샷]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웃을 일이지만 때가 때인 만큼 웃지 못하는 일의 대표적인 사례가 '술 소독'입니다.


술로 소독하는 일은 영화에서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총상을 입은 등장인물이 부상 당한 부위에 술을 부어 소독하는 장면은 이제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흔한 장면 중 하나가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술로 소독하면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술로 소독하는 것을 공식화 하면서 세계인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의료계에서 소독용 알코올이 부족하다고 호소하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소독에 사용할 수 있는 특례를 인정했습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위해 대규모 유흥업소나 클럽 등이 자발적으로 휴업하자 갈 곳을 잃은 청춘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스트레스를 푼다는 목적으로 포장마차 등에 모여들어 일명 '헌팅'을 시작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안전불감증입니다. 몇몇 젊은이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우리는 젊어서 면역력이 좋아 안 걸릴 것"이라면서 "바이러스는 술로 소독하면 된다"고 자신했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코로나19가 심각한 나라의 청춘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녁이면 술집과 클럽을 찾아 '술로 소독하면 된다'고 자신한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세계보건기구(WHO)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WHO 유럽지부는 홈페이지에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바이러스를 사멸 시킬 수 있다는 위험하고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다"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공지했습니다.


소독용 알코올이 없어 병원에서도 영화처럼 술로 소독한다는 사실과 몸 속의 바이러스를 술로 소독한다는 발상은 우스꽝스럽지만, 병원에 소독용 알코올이 소진될 정도로 병세가 심각하고, 젊은이들은 그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웃을 일이 아닌 것이지요.


실제로 술은 소독의 효과가 있을까요? 술에 소독제로 쓰이는 알코올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알코올 농도가 낮기 때문에 소독용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2차 세균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마저 권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술을 소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한 일본 후생노동성은 "알코올 농도가 70%에서 83%의 술을 소독액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알코올 도수가 낮거나 너무 높은 술은 안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알코올 100%는 오히려 소독 효과가 없습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알코올 소독제는 농도 70~75%로 희석된 액체로 나머지 25~30%는 물이라고 합니다. 100% 알코올로 세균을 죽이지 못하고 70%로 죽일 수 있는 이유는 알코올의 살균 원리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애용하는 소주는 소독이 될까요? 사진처럼 손을 씻으면 유용할지 몰라도 상처 소독에는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사진=유튜브 '호기술천국' 화면캡처]

한국인이 애용하는 소주는 소독이 될까요? 사진처럼 손을 씻으면 유용할지 몰라도 상처 소독에는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사진=유튜브 '호기술천국' 화면캡처]


소독을 위해 사용하는 알코올은 에탄올(에틸알코올 C5H5OH)인데, 이 에탄올은 삼투 능력이 좋아 세균 표면의 막을 잘 뚫고 들어간다고 합니다. 에탄올이 세균 막을 뚫고 들어가 세균의 단백질을 응고 시켜 죽이는 원리지요.


그런데 100% 에탄올은 단백질을 응고 시키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 세균 표면의 단백질을 한꺼번에 응고 시킨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세균 표면에 생긴 단단한 막을 에탄올이 뚫지 못해 세균 내부 단백질까지 침투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효과적인 살균 작용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100%의 에탄올에 물을 섞어서 농도를 70~75%까지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는 상처 소독에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다만, 손을 씻어 세균을 없애는데 도움은 될 수 있겠지요. 소주가 비누 역할을 대신 할 테니까요. 그런데 비싼 소주를 사서 손 씻는데 사용해요? 정말 웃을 일이군요.


영화처럼 총상을 입은 부위를 소독하려면 보드카 정도는 돼야겠지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술로 상처를 소독해야 한다면 알코올 도수가 70도는 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소주 마시면서 '바이러스는 술로 소독한다'는 말은 희망 사항일 뿐 입니다. 상처에 붓는 것도 아니고 마셔서 소독한다는 주장은 그야 말로 소가 웃을 일인 것이지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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