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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해주면 진지충?" 일상으로 파고든 'OO충',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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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충', '맞춤법충' 등 혐오표현 범람
직장인 10명 중 5명, 'OO충' 불쾌
"집단 간 '편 나누기'와 연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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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김모(34) 씨는 최근 4살 된 딸아이와 단둘이 식당을 갔다가 '맘충' 소리를 들었다. 김 씨는 "식당에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이를 데려왔다는 이유로 '맘충' 소리를 들었다"며 "아이가 들었을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딜 가든 아이와 함께 있으면 '맘충' 소리를 듣는다"며 "아이와 함께 나가기 겁난다"고 토로했다.


최근 특정 부류의 사람을 지칭한 뒤 벌레 충(蟲)자를 붙여 혐오 감정을 드러내는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해 차별 및 혐오 발언)로 인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혐오 표현은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어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 전문가는 편 가르기 현상과 연관있다고 분석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혐오 표현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혐오차별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64%가 지난 1년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접했다.


혐오 표현 대상별 경험 빈도를 보면 응답자의 74%가 전라도나 경상도 등 특정 지역 출신에 대한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 이어 페미니스트(69%), 여성(68%), 노인(67%), 성 소수자(67%), 이주민(66%), 남성(59%), 장애인(58%) 등의 순서였다.

대학생 A(25) 씨도 최근 혐오 표현을 들었다. 그는 "메신저를 주고받다 친구의 맞춤법을 지적한 적 있다. 그때 친구가 '맞춤법충 아니냐'고 하더라"며 "옳지 않은 걸 지적한 것인데 그걸 가지고 '맞춤법충'이라고 하니까 어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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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 또는 폄하의 표현으로 쓰이던 접미사 '벌레 충'은 점차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은어적 표현으로 사용돼왔다. 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 이용자들을 가리켜 '일베충'이라 부르는 것에 이어 '진지충(매사에 진지한 사람)', '설명충(지나치게 길게 설명하는 사람)' 등의 용어가 그 예다.


혐오 표현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사용돼왔으나 최근에는 일상생활에서도 거리낌없이 사용돼 문제다.


대학생 B(23)씨는 "얼마 전 친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다 '진지충' 소리를 들었다"며 "안 그래도 미래에 대한 고민때문에 막막한데 갑자기 '진지충' 소리까지 들으니 어이없을 뿐만 아니라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혐오 표현에 불쾌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직장인 854명을 대상으로 '신조어 사용 현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9.7%가 '불쾌하게 느끼는 신조어가 있다'고 답했고, 그중 56.5%가 'OO충'을 꼽았다.


일부 사람들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같은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했다. 직장인 C(25) 씨는 "주변 사람들이 쓰니까 나도 더러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길빵충'이라고 비하하니까 나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길빵충'이라는 단어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혐오 표현이 타 집단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현상과 연관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집단 갈 갈등"이라고 지적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본다. 즉, 집단 간 '편 나누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이 속한 집단이 더 우세하다고 느낄 경우,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며 "자신의 집단을 더 좋게 평가하기 위해선 남의 집단을 깎아내려야 한다. 이렇다 보니 혐오 표현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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