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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자랑 못 해요" 취업 성공해도 쉬쉬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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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성공 소식 주변에 알리지 않는 청년들
'평생 직장' 개념 없어…'퇴준생' 직장인들도
전문가 "상대 배려하고, 직장 개념 인식 차이"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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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허미담 인턴기자] "친구들에게 취업 소식 못 알려요"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합격한 김 모(27) 씨는 "제 취업 소식이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고,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취업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준비할 때 다른 이들의 취업 소식을 들었다. 당시 겉으로는 축하해줬지만 초조해지더라"며 "내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지인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 어려웠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러리라 생각해 일부러 취업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취업 사실을 지인이나 주변에 알리지 않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아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 등 지인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다. 지인의 취업 성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 취업준비생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금방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퇴준생'(퇴사를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전문가는 취업 사실 공개로 박탈감을 느낄 지인에 대한 배려, '퇴준생' 현상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것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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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도 바로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업을 마친 청년층이 첫 직장을 갖기까지 평균 10.8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미취업자 수도 증가세다.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층은 44.1%로 2018년보다 1.1%p 증가했다. 3년 이상 미취업자도 16.9%로 2018년 대비 1.6%p 늘었다.


극심한 취업난 속 자신의 취업 소식을 알리지 않는 직장인들이 있다. 1년 차 직장인 A(26) 씨는 "정말 친한 친구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 제 취업 소식을 모른다"며 "굳이 비밀로 하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제 취업 소식이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 또한 취준생(취업준비생)이었을 때, 지인들의 취업 소식을 듣고 "'나는 이제껏 무엇을 했나', '좀 더 열심히 살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인들에게 이런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직을 염두에 두고 취업 소식을 알리지 않는 이들도 있다. 자신을 '퇴준생'이라 소개한 3개월 차 직장인 B(25) 씨는 "요즘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나중에 큰 기업을 지원하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무와 관련된 경력만 쌓으면 언제든 퇴사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퇴사를 자처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직장인 28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퇴준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46.1%가 "마음은 이미 퇴사한 상태로 현재 구직 중이며 이직할 기업이 정해지면 바로 퇴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고 답한 응답자도 37.6%였다.


직장인 C(25) 씨는 "내가 다니는 곳이 '평생직장'도 아닌데 굳이 타인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희망하던 직장이 아니기에 더 알리기 싫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는 구직자들. 사진=연합뉴스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는 구직자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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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사실을 주변에 숨기는 청년들, 퇴준생 등 사회 현상에 대해 전문가는 일종의 배려와 직장을 인식하는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 취업한 청년들은 취업난을 겪은 세대다. 이들은 본인이 취업하지 못했을 때 취업한 이들의 소식을 들으며 좌절감을 느꼈을 수 있다"면서 "취업난에 대한 고통을 알고 있는 청년층은 지인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 시간을 두고 취업 소식을 알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퇴준생' 현상에 대해서는 "이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취업을 해도 언제든 직장을 옮기려는 이들이 늘었다. 또 본인이 원하는 직장을 가도 그 곳에 계속 머무르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취업 소식을 주변에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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