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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일자리 강탈" 청년실업에 빗나간 '혐로(嫌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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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1>세대갈등

정부 노인일자리 74만개 마련에
1조1991억원 쏟기로 결정하자
젊은층 불만, 적대감으로 변질
세금충, 연금충 혐오표현 확산

청년들 56.6% 일자리 감소 우려
세대갈등 심각 80.4% 달해
전문가들 "일자리 성격 달라, 경쟁상대 아님 인지해야 해결"

2019년 대한민국 사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대표된다. '2019년 한국인의 의식ㆍ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근로자와 기업가, 남성과 여성, 진보와 보수 등으로 나뉘어 집단별 갈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사회나 있을 수 있는 이런 '갈등'이 혐오와 차별, 증오로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카롤린 엠케는 이러한 현상을 '혐오사회'로 규정하고 사회적 폭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에 우리 주변에서 드러나고 있는 갈등과 혐오 현상을 4회에 걸쳐 조망하고 해법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노인이 일자리 강탈" 청년실업에 빗나간 '혐로(嫌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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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나라에서 마련해준 일자리를 차지한 노인들을 보면 세금만 축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돈으로 9급 공무원이나 더 뽑았으면 좋겠어요."

1년 넘게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취준생 정윤상(27ㆍ가명)씨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든다. 지하철 노인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노인을 보면서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씨는 "말은 근무라지만 사실 앉아서 쉬거나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차라리 저 돈을 젊은이들에게 썼다면 청년 실업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털어놨다.


정씨 같은 청년의 의견은 불만을 거쳐 종종 적대감으로까지 변질된다. '틀딱충(蟲ㆍ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이나 '노슬아치(노인을 벼슬로 아는 이들)'라는 혐오성 단어가 널리 쓰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애초 이 말들은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특권으로 여기고 젊은이에게 과격한 언행을 일삼는 노인 등을 주로 일컬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혐로(嫌老) 현상'이 일자리 시장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세금충', '연금충' 등 비하 단어가 그런 노인을 지칭한다.


지난 1일 정부가 1조1991억원을 들여 노인 일자리를 74만개까지 늘리기로 결정하자 온라인에서는 "노인 일자리 반대", "성실히 일하지 않는 노인에게만 쏟아 붇는 세금, 참으로 아깝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혐로 현상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청ㆍ장년(19~64세) 500명 중 56.6%는 노인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또 노인 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77.1%에 달했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87.6%가 노인과 청년 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며 갈등이 심하다는 질문에는 80.4%가 동의했다.

그렇다고 노인들을 위한 사회라고 할 수도 없다.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 인근에서 잡동사니를 파는 남모(61)씨는 "노인 일자리는 아무리 기다려도 구할 수 없어 영하의 날씨에도 어쩔 수 없이 노점을 하고 있다"면서 "한 달 장사해봐야 30만원도 벌지 못하지만 이마저도 없으면 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노점상 함모(76)씨도 "나이가 많아 국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진즉에 포기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둘러싼 혐로를 해결하려면 노인과 청년이 경쟁 상대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가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형태라면, 청년 일자리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이라며 "청년은 노인이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노인은 청년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함께 머리를 맞대야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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