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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동 클린센터' 김바다 "일상의 기적을 소중히…"

최종수정 2019.11.09 14:45 기사입력 2019.11.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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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 이선동 役 "외로운 삶에 따뜻한 위로 됐으면"
"현실적인 공감 추구하고 싶어 인간의 찌질함 보여주는 캐릭터 선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도 기적일 수 있다. 우리가 카페에 와서 음료를 마시는 행동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만약 카페로 오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지금 여기서 차를 마실 수 없는 것이다."


배우 김바다는 소설 '이선동 클린센터'를 읽으며 '생각보다 기적이 멀리 있는게 아니다'라는 글이 와닿았다고 했다. 대한민국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권정희의 소설 '이선동 클린센터'는 동명의 뮤지컬로 만들어져 공연 중이다. 김바다는 주인공 '이선동'으로 출연한다. 그는 "귀신을 보는 유품 정리사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무척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유품정리사는 유족을 대신해 고인의 유품, 재산 등을 정리하고 사망한 장소를 깨끗이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 무거운 소재를 다루기에 극은 가볍고, 어쩌면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발랄한 장면을 많이 삽입했다.


김바다는 원작 소설보다는 뮤지컬이 죽음이라는 소재를 좀더 가볍게 다룬다고 했다. "소설 속 캐릭터가 더 어두운 면이 있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지 못 했다. 소설 속 이선동을 구현하기보다 뮤지컬에서 새롭게 탄생한 이선동이라는 좀더 밝은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사진= 빅픽처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빅픽처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죽음이라는 소재도 오히려 더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을 선호한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를 통해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이 뮤지컬을 통해 제 삶에서 갑자기 떠나간 사람들을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잊지 말야야지, 기억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의 말은 '이선동 클린센터' 극 초반 욕쟁이 하숙집 주인 할머니가 등장하는 장면과 겹친다. 할머니는 선동이에게 반찬을 갖다주며 밥을 안 챙겨먹는다며 욕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선동이는 투덜대지만 나중에 유품정리사가 되고 나서 처음 맡은 일이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 반찬을 갖다주며 욕을 할 때 이미 할머니는 고인이었던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하지 않을 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마주한 경험들이 있다고 느꼈다. 그 부분들을 잠깐이라도 어루만져줄 수 있다면, 떠나간 사람을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따뜻한 위로가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죽음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보니 우리가 죽음에 대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기억해야 할 죽음도 있고 마주쳐야 할 죽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삶에 대한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이선동 클린센터가 고독사와 죽음을 소재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고독사 자체가 중심이나 주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소중한 우리의 평범한 삶인 셈이다.

[사진= 빅픽처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빅픽처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바다는 평소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자주 다니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계속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올해 내내 무대 위에 있었다. 이선동 클린센터에 앞서 '벙커 트릴로지', '나쁜 자석', '언체인', '대한민국 난투극'에 출연했으며 '오펀스'에도 출연 중이다.


무대 위 그는 튀지 않는 느낌을 준다. 주역을 맡으면서도 강렬한 개성이나 카리스마로 극을 앞서서 끌고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극에서는 그는 다른 캐릭터와 균형을 맞추고 극 전체의 조화를 이끈다. 그래서 오히려 좋은 배우일 수 있지 않을까. "외모가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 못 생겼다고 하기도 어려운 편이다. 키가 큰 편도 아니고.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하지 않은게 특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역할보다는 약하고 때로 찌질해보이는 캐릭터들을 자주 연기한다. 어차피 인간이란 원래 찌질한 존재들이지 않을까. 그는 인간은 누구나 찌질하다라는 말에 너무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찌질하다. 감추고 살 뿐이다. 인간의 찌질함을 인정하는 편이고 그래서 찌질한 캐릭터들이 좋다. 물론 관객들이자신의 삶과 아주 다른, 뭐든 잘 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느끼는 해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맡은 역할들에서 관객들이 현실적인 공감을 얻었으면 한다. 어릴 때는 서른 넘어가면 안 찌질할 줄 알았는데 더 찌질해지고 그 찌질함이 드러나는 순간이 더 많아지더라. 어렸을 때보다 그 찌질함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40대가 되고 50대가 됐을 때도 그 찌질함을 지키고 싶다. 현실적인 공감을 추구하고 싶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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