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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다는데 성추행 아니라고요?" 술집서 여직원 손 주무른 남성 '무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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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부하직원 손 주무른 남성 무죄 논란
남성 "손 주물렀지만 격려 차원" 
여성들 "왜 술집서 손 주무르며 격려하나" 분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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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술을 마시던 중 여성인 부하 직원 손을 주무르고, 상대의 거부 의사에도 손을 놓지 않은 30대 회사원이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판부는 "손 자체는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성계에서는 성추행 재판에 대해서는 피해자 중심의 판결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20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36) 씨에게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 부위는 손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 6일 새벽 부하 직원인 B(24) 씨와 노래 바에서 술을 마시던 중 B 씨 옆으로 다가가 손을 주무르는 등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A 씨는 B 씨의 손을 잡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격려 의미에 불과했고 추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는 "술을 마시던 A씨가 옆으로 다가와 손을 주무르기 시작했다"면서 B씨는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으나 A씨는 손을 놓지 않았고. 결국 B씨는 자리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성적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해 "다른 신체 부위를 쓰다듬거나 성적 언동을 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은 점을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의 행위는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고, 실제로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손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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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판결에 여성들 분노…성추행 판단 기준 오락가락

문제는 상대방 신체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 재판부의 성추행 판단 기준이다.


20대 직장인 여성 A 씨는 "손을 주물렀다는 것을 격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성이 과연 몇이나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판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왜 술집에서 손 주무르며 격려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B 씨는 "상대방이 거부하는 격려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불쾌감과 성적수치심이 왜 떨어져서 판단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물론 강제추행 판결에서 신체 접촉만을 이유로 추행 여부가 갈리는 것은 아니다.


2004년 4월 대법원은 "추행은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피해자가 혐오감을 느꼈다면 추행"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1998년 대법원은 강체추행 등 기준에 대해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추행행위라고 평가될 경우에 한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키스, 포옹 등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 그것이 추행행위에 해당하는가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하여야만 한다"고 판시했다.


종합하면 성추행, 강제추행 판단 기준은 신체 접촉 행위만 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유죄 또는 무죄로 선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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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범죄 성립 여부, 신체 접촉 뿐만 아니라 전반적 상황 고려

일례로 2012년 서울중앙지법은 '코'는 "사회통념상 성적으로 중요한 의미 있는 신체 부위가 아니다"라고 봤다.


같은 해 대구지법은 '윗가슴'을 '젖가슴'과 구분 "성적으로 민간한 부위가 아니다"라고도 판단했다. 2013년 대전고법은 '쇄골'과 '손바닥'에 대해 서울중앙지법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2014년 청주지법은 발목을 만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발목을 잡은 것만으로는 추행의 고의가 없다"고 했다.


관련해 A 씨 사건과 유사한 판결도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직장 상사가 자기 방으로 여직원을 불러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은 사건에 대해서는 "추행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손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판결문에 따르면 세탁공장 소장 C 씨는 2011년 6월 부탁받은 밥상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사택을 찾은 D(당시 56세)씨에게 맥주를 권하고 침대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D 씨가 거절했는데도 C씨는 "자고 가요"라고 말하며 C씨의 오른쪽 손목을 세게 움켜줬다.


이 사건을 재판한 1·2심은 모두 C씨의 행위를 성추행으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손목은 그 자체만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다만 2016년 처음 보는 여성의 발가락을 만진 남성에 대해서는 성추행 혐의가 인정됐다.


지난 2015년 인천의 한 커피숍에서 김모(당시 28세)씨는 잠든 여성의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발가락을 만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김씨는 "접촉한 부위가 발가락인 만큼 성적 수치심과 관계가 없다"면서 "만진 시간도 1~2초에 불과해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추행에서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2004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살렸다.


한편 술집서 손을 주무른 남성에게 무죄 판결이 나온 것에 전문가는 법원이 피해자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성추행, 강제추행 등 이런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피해 당사자의 성적 수치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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