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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밥하기 싫은 날에 의지가 되는 열무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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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밥하기 싫은 날에 의지가 되는 열무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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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니까 밥하기 싫다. 그리고 밥 먹기도 싫다.

요즘 주부로 엄마로 지내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들이 ‘밥하기 싫다’이다. 예전처럼 가족수가 많지 않으니 밥하는 것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가족수가 적어져서 함께 경쟁하듯 먹는 일이 없어져 개인 맞춤형처럼 밥상을 차려야 하고 반찬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또 가족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들이 달라지니 밥상을 차리는 일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번이 되었다. 집에는 꼭 밥이 아니어도 간단히 먹을수 있는 가정 간편식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으니 한번쯤 밥상을 차리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것이 없다고 서로를 위로해 본다.


여름이면 밥은 하기 싫어도 담아야 하는 김치가 있으니 밥상 차리기보다 더 열심히 하는 일이 열무김치 담는 일이다. 텃밭에 심어 놓은 열무가 나를 기다리지 않고 하루 하루 커가기 때문이다. 열무를 심어 싹을 틔워 순이 올라올 때는 솎아서 된장넣고 열무순 비빔밥을 해 먹었다. 그리고 그 다음 여린 열무순은 데쳐서 나물도 해 먹고 된장국도 끓여 먹었다.

이제 한여름이 되니 열무가 적당히 보드랍게 커서 열무김치를 만들어 먹어야 할 때이다.

열무를 정성껏 다듬고 얼가리를 한단쯤 섞어서 깨끗하게 씻는다. 열무는 다른 채소보다 풋내가 많이 나는 것으로 씻지 않고 소금에 절이면 씻을 때 자칫 상해서 풋내가 날 수도 있다. 넉넉히 물을 받아 둔 스텐볼에 열무와 얼갈이를 넣어 살랑 살랑 흔들어 깨끗하게 씻어 건진 후 굵은소금을 중간중간 뿌려둔다. 일반통배추와 달리 열무는 오래 절이지 않는다. 열무의 숨이 살짝 죽으면 바로 양념을 해야 하니 소금에 절여지는 동안 한가할 시간이 없다. 파, 양파는 다듬어 먹기 좋게 썰고 묽은 밀가루풀을 쑤어 식힌다. 친정엄마는 밀가루풀 쑤기가 귀찮을실 때는 남은 찬밥을 곱게 갈아서 넣기도 하셨다. 밀가루풀이나 찬밥은 열무의 풋내를 잡아주고 단맛을 내는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김치가 빨리 시어지니 언제나처럼 적당히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열무김치는 홍고추를 갈아 넣어야 붉은 빛도 좋고 개운하면서 칼칼한 맛도 나니 홍고추를 씨째 듬성듬성 썰어서 믹서기에 넣고 갈아준다.

복잡할듯하지만 열무김치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양념을 준비하는 사이 열무가 살짝 절여지면 위아래로 가볍게 뒤적여 마저 절인후 마지막까지 풋내가 나지 않도록 물을 받아 살살 흔들어가면 소금기를 뺀 후 체에 건져 물기를 잘 빼준다. 풍성했던 열무의 양이 소금에 절어지면서 엄청 줄어들어 허무할 때가 많지만 자주 담아 먹으라는 뜻으로 여긴다.


밀가루풀에 갈은 홍고추, 액젓 또는 새우젓, 마늘, 생강, 고춧가루를 넣어 양념을 만들고 파, 양파를 넣어 섞은후 물기빠진 열무와 얼갈이를 넣어 슬슬 버무린후 소금이나 액젓으로 간을하면 끝!


김치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시대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김치통에 열무김치를 한통 담아 두면 밥 하기 싫은날에도 의지 할곳이 생긴다. 밥에 넣어 쓱쓱 비벼먹고 국수에 넣어 훌훌 말아 먹는 열무김치! 여름에는 역시 열무김치이다.

이미경(요리연구가, 네츄르먼트, http://blog.naver.com/pou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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