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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고액권'…대세 된 5만원, '10만원권' 발행은 언제쯤?

최종수정 2019.06.21 18:15 기사입력 2019.06.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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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은행, 10만원권 중심으로 고액권 발행 추진

도안 초상 인물로 김구 선정했지만…정부 반대로 무산

10만원권 국민 수요 있지만…부작용 우려에 재추진 쉽지 않을 것

오는 23일 5만원권 발행 10주년 맞아


▲ 십만원권 예상 그림(아시아경제 제작)

▲ 십만원권 예상 그림(아시아경제 제작)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시계를 돌려 2007년 5월 2일. 한국은행은 고액권 발행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10만원권을 최고액권으로 하고, 우리나라 화폐 액면체계 1,5,10,50…을 반영해 5만원권도 발행한다'고 적혀있다. 고액권의 중심이 애초엔 5만원이 아니라 10만원이었던 셈이다.

진행 속도는 빨랐다. 그해 8월 고액권 화폐도안자문위원회는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등 10명을 고액권 도안 초상 인물 후보로 선정했다. 11월엔 10만원권에 백범 김구, 5만원권엔 신사임당이 최종 선정됐다. 그런데 정부가 반기를 들었다. 인플레이션 우려, 뇌물로 인한 부정부패 조장이 반대 논리였다. 결국 2009년 1월 22일 한은은 정부 요청을 받아들여 10만원권 발행추진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5만원권은 그해 6월 23일 '반쪽짜리 고액권'으로 세상에 나왔다.


오는 23일이면 5만원권이 탄생 10돌을 맞는다. 5만원권은 이제 '대세화폐'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시중에 유통중인 화폐 중 5만원권은 금액으로 84.6%(98조3000억원), 장수로는 36.9%(19억7000만장)를 차지했다. 금액과 장수 모두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사실 최고액권의 사용비중이 높다는 걸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은 아니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 한명에만 공이 몰리게 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경제학자는 "현재 최고액권의 사용비중이 가장 높다는 건 그 이상의 최고액권 수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100달러, 일본 1만엔, 노르웨이 1000크로네, 스웨덴 1000크로나, 멕시코 1000페소처럼 다른 국가들에선 최고액면 크기가 1단위로 끝난다. 현재 우리나라 화폐 액면 체계가 5로 끝나는 것도 고액권 발행이 '미완'에 그쳤다는 것을 방증한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5만원 제조공정 현장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5만원 제조공정 현장



10만원권 발행이 재추진 될 수 있을까. 경제전문가들은 10만원권에 대한 일부 수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론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만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건 맞지만,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10만원권이 사회적으로 미칠 부작용 때문에 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0만원권을 발행하려면 수요 조사부터 정확하게 실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5만원권으로도 충분하다는 여론도 있을테고, 각종 페이를 포함해 결제수단이 다양해진 상황이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고액권 발행을 처음 추진했던 박승 전 한은 총재는 10만원권 발행 필요성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5만원권도 추진 당시 논란이 많았지만 잘 자리매김 하지 않았느냐"고 평가했다.


10만원권 발행이 불발되면서 우리나라 지폐 크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크기보다 작아졌다. OECD국가들의 화폐 평균 규격은 가로 147.8mm, 세로 71.3mm다. 우리나라 지폐 세로 길이는 68mm, 가로는 1000원권 136mm로 시작해 액면이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6mm씩 커진다. 한은 관계자는 "원래 계획했던 10만원권 크기를 160mm로 맞춰 발행해 OECD 평균에 맞추려고 계획했지만 10만원권 발행이 안되면서 평균 가로 크기가 145mm에 그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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